산티아고 순례길 아홉 갈래·파리~인천 33일 열차 여행
느린 여행의 마약 같은 기쁨…인터넷엔 없지 | |
산티아고 순례길 아홉 갈래·파리~인천 33일 열차 여행…길마다 깃드는 사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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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산티아고로 가는 아홉 갈래 길〉 장 이브 그레구아르 글·사진, 이재형 옮김/소동·2만3000원 〈내추럴 트래블러-33일, 기차 타고 파리에서 인천까지〉
<부엔 까미노>는 좋은 길이란 뜻이다. 이제는 국내서도 유명해진 스페인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서는 누구나 이렇게 인사한다. 부엔 카미노!(좋은 여행 하세요!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부엔 까미노>는 산티아고로 가는 그 유서 깊은 순례길의 풍광과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을 햇빛 넘실대는 사진에 담는다. 아름답다, 그 사진들! 통신사 <아에프페>(AFP) 기자 출신의 사진작가인 지은이는 1996년부터 14년 동안 산티아고로 가는 숱한 길을 걸었다. 사진과 함께하는 그의 글은 그 여정에 깃든 뭇 사연과 사색을 단출하게 풀어놓는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한 갈래로만 나 있는 건 아니다. 스페인에 15개, 포르투갈에 1개, 프랑스에 7개 길이 나 있다. 책은 23개 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코스인 ‘프랑스길’을 비롯해, 스페인 세비야에서 시작해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은의 길’ 등 아홉 갈래 길을 소개한다. 지은이가 프랑스 사람이어서인지, 프랑스에서 가는 길이 비교적 많이 들어 있다. 피레네산맥 프랑스 쪽 기슭의 한 도시에서 출발하는 ‘프랑스길’은 2007년 한 해에 9만1000여명이 걸었다. 산티아고로 가는 도보 여행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의 도시인데, 10세기에 예수 12제자 중 하나인 성 야곱의 유해가 발견됐다는 가톨릭 성지다. 천년을 이어져온 성지 순례길에 지금 전혀 새로운 모양새의 걷기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세계 6대주에서 왔고 다양한 사회계층 출신이다. 그곳에선 백수 룸펜도, 고위관료도, 농부도, 금융간부도 그저 평등한 길동무일 뿐이다. 이 오래된 기독교(가톨릭) 순례길에서 이제 가톨릭 신자는 소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