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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11년02월호 "산" 잡지 인터뷰 기사입니다.

코리아트레일 2011. 2. 25. 22:58

[피플] 해남에서 서울까지 삼남길 개척하는 손성일 씨
“산티아고 같은 감동적인 순례길을 우리나라에 만들고 싶어요”

만나고 보니 그와는 구면이었다. 2006년 포천 광덕고개에서 우연히 만났다. 기자는 한북정맥 취재산행 중이었고 그는 전국일주 2,200km를 걷는 중이었다. 그냥 걷는 게 아니라 1km에 100원씩 기부한다고 했다. 허름한 몰골이었던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야영을 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걷기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손성일(孫成一·40)씨는 코오롱스포츠에서 주관하는 ‘12인 삼남길 개척단’ 대장이다. 삼남길은 해남~광주~천안~서울을 잇는 500km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장거리 걷기 코스로 코오롱스포츠에서 12명의 고객을 매월 초청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손성일 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사전답사를 통해 미리 코스를 정해 놓으면 최종단계로 고객을 초청해 표지기를 달고, 화살표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의 작업을 한다. 그의 명함에는 로드 플래너(road planner)라 적혀 있었다. 걷기 코스를 개척하는 게 그의 직업이다.


손씨는 1987년부터 산을 탔다. 백두대간과 한남정맥을 완주했고 국내산은 400개 정도를 탔다. 등산잡지를 수년간 정기구독할 정도로 산꾼이었던 그가 전국일주에 나선 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800km에 이르는 장거리 코스를 가기 전에 우리나라를 먼저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가야겠다는 생각에 기부도 생각해 냈다. 그는 “사람들의 기부금이 쌓이면 그게 미안해서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시민 모금가가 됐다. 인터넷 카페를 열어 걷기에 참가할 때마다 회원들에게 기부금 1,000원을 받아 작년 한 해에만 1,000만 원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걷기 카페는 회원이 1만4,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35세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국일주를 하는 그를 보고 처음에는 “대단하다”고 하던 사람들이 나중에 꼭 하는 말은 “나중에 뭐 먹고 살거냐”였다. 스페인 산티아고를 걸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해진 800km의 코스만 걷는데 그는 4개 코스를 더 걸어 총 1,870km를 걸었다. 현지의 순례증명 관계자들이 “당신 미친 거 아니냐”고 얘기했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 그는 한국에도 이런 길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국일주를 할 때 찻길이 너무 위험해서 두 번이나 죽을 뻔했습니다. 산티아고는 2000년을 이어온 길답게 길이 친절하고 배려가 있었어요. 걷기 편한 흙길에 화장실과 쉼터가 곳곳에 있고 숙소도 5km마다 있었어요. 길의 문화를 보면서 감동받았어요.”


옛길을 살리기 위해 그는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대부분 아스팔트로 바뀌어 있었다. 결국 옛길 복원은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걷기 코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활발히 걷기 활동을 하다 보니 방송 인터뷰도 밀려오고, 책도 내고, 지자체 걷기 코스에서 자문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1년만 걸을 생각이었는데, 직업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GPS를 2001년부터 쓴 손씨는 2006년부터 1만3,000km를 걸었다고 한다. 보통 적게는 3번, 많게는 7번을 답사해서 길을 만드는데 일주일에 5~6일을 걷는다고 한다.


손성일 로드 플래너는 ‘아름다운 도보여행’이란 사단법인 창립을 준비 중이다. 그가 만든 삼남길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된다.

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
글쓴이 : 손성일[손성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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