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삼남길` “감동적인 길은 땀으로 만들어집니다”
(사)아름다운도보여행 손성일 대표
걷는 것이 좋아서 전국을 걸어 다닌다는 손성일 씨. 이제는 그의 걷기에 의미가 붙기 시작했다. 옛길의 찾아 새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걷기에서 이제는 (사)아름다운도보여행 대표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서울-해남을 잇는 삼남길 개척자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최근 산수화(오산-수원-화성) 지역의 옛길이 개통됐다, 바로 이 길 역시 그가 열었다. ‘옛길을 찾아 새 길을 걷는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그를 만나 큰 그림을 그리는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2006년부터 1만3,000km를 걸었다
손성일(42세) 아름다운도보여행 대표는 해남~광주~천안~서울을 잇는 500km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장거리 걷기 코스 삼남길 개척가다. 그의 명함에는 대표외 로드플레너(road planner)라는 직함도 있다.
손 대표가 하는 일은 자신을 비롯한 팀원들이 사전답사를 통해 미리 코스를 정해 놓으면 최종단계로 고객을 초청해 표지기를 달고, 화살표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의 작업을 한다. 이처럼 걷기코스를 개척하는 게 그의 직업이다.
손 대표는 1987년부터 산을 탔다. 직장을 다니며 산을 타는 등산 애호가였다. 백두대간과 한남정맥을 완주했고 국내산은 400개 정도를 탔다. 그러던 어느 날 스페인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보게 됐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06년 여름휴가 때 정말 산티아고에 갈 준비로 예비훈련에 돌입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걸었다. 물집으로 고생했다. 결국 홍천에서 포기했다.
하지만 다음 해 사표를 내고 산티아고에 갔다. 75일 동안 5개의 코스, 1800km를 걸었다. 그때 우리나라 길이 걷는 사람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산으로 단련된 그의 발에 물집이 생긴 이유를 알아냈다.
“산티아노의 길은 2000년을 이어온 길답게 친절했고 배려가 있었습니다. 걷기 편한 흙길에 화장실과 쉼터가 곳곳에 있고 숙소도 5km마다 있었어요. 게다가 자원봉사자들도 넘쳐났고, 그 누구도 길을 잃어 헤매는 일이 없는 길이었습니다. 정말 감동받았어요”
그 후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인터넷 카페를 열어 함께 걷는 동행을 찾았다. 걷기 카페는 회원이 1만4,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걷기에 참가할 때마다 회원들에게 기부금 1,000원을 받아 작년 한 해에만 1,000만 원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옛길을 살리기 위해 그는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대부분 아스팔트로 바뀌어 있었다. 결국 옛길 복원은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걷기 코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활발히 걷기 활동을 하다 보니 방송 인터뷰도 밀려오고, 책도 내고, 지자체 걷기 코스에서 자문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1년만 걸을 생각이었는데, 직업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GPS를 2001년부터 쓴 손씨는 2006년부터 1만3,000km를 걸었다고 한다. 보통 적게는 3번, 많게는 7번을 답사해서 길을 만드는데 일주일에 5~6일을 걷는다고 한다.

2008년 11월27일 처음으로 ‘삼남길’ 명명
손 대표가 개발한 삼남길은 원래 조선시대부터 한양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잇는 길을 '호남대로'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래서 손대표는 이 길을 ‘신호남길’로 지으려 했다. '신'자가 일본식이라서 뺏다고 한다. 그런데 또 그냥 호남길이라고 하기에는 호남지역만의 길로 오해받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자료를 찾아 ‘삼남길’로 명명했다고 한다. 남쪽 아래 세 지역인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로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2008년 11월 27일 날 처음으로 ‘삼남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의 호남대로는 사실 천리길이라고 해서 420km 정도 밖에 안 된다. 삼남길은 돌아가기도 하고 해서 600km 정도 나온다. 빨리 걸으면 40일 정도 걸린다. 코스를 선정할 때는 교통이 편하고 숙식 가능한 곳을 기준으로 한다.
산티아고에는 ‘알베르게’라고 부르는 숙소가 군데군데 있어서 여행자가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숙소를 ‘주막’이라고 부를 예정인데 내년에 전라남도에 주막 두 개가 생겼다.
손 대표는 폐쇄역인 노안역을 리모델링해서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코스마다 숙소를 만들어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손 대표가 길을 만들 때 조건 1순위가 ‘안전’이다. 그 다음에 숲길이나 흙길, 이야기가 있을 것, 그 다음이 사람들이 와서 사용할 수 있는 편의 시설들을 확인한다. 화장실, 숙소, 식당, 교통편 등 이런 것을 기준으로 길을 만들고 있다. 특히 숲길이나 흙길, 농로, 마을길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길은 길 앞 50km까지 보고 만든다
손 대표는 좋은 길은 도자기 빚듯 정말 혼을 담아 찾아야 함을 강조했다. 10번, 20번 걸어서 그 중 한, 두 개를 선택해서 길을 만든다는 것.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 많이 걷는다. 이 길 하나 만들기 위해서 스무 번 이상을 걷는다. 어떤 한 코스가 좋다고 그냥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길 앞 50km까지 보고 만든다.
손 대표는 도보여행의 매력으로 산처럼 정상이라는 경계가 없는 점을 꼽았다.
“길은 경계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저 수평적으로 걷습니다. 자기 마음속으로 어디까지 갈지를 정하면 그만입니다. 걷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편히 쉬었다가도 그만인 것이 걷기의 매력입니다”
손 대표의 목표는 삼남길을 해남에서 제주도 관덕정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다. 서울까지 연결되는 길을 내년 6월까지 만들 예정이다. 서울까지 삼남길을 개통 한 후에는 이 길을 의주로로 해서 임진강까지 연결할 생각이다. 통일 후에는 북한 쪽의 길도 개척해 나갈 방침이다. 나중에 우리 후손들은 산티아고까지 중국을 통해 걸어서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다.
손 대표는 지역과 지역을 넘어서 그리고 국가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길. 100년 후에도 이 길 위를 사람들이 걷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만이 걷기 위해 만드는 길이 아니라 모든 지구인들을 함께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길은 영원한 거니까요”

초보 도보여행자들을 위한 손대표 tip
하천이나 평지를 걸을 때는 운동화가 좋고요. 삼남길이나 제주 올레 같은 길을 걸을 때는 트레일 워킹화나 경등산화 등이 좋습니다. 산길이나 흙길 같은 곳도 많이 가게 되는데 방수 기능이 있는 신발을 고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옷은 면보다는 등산복장이 가장 좋은데 땀 흡수가 잘되고 가볍기 때문이죠.
옛날에 한양에 과거 보러 갈 때 눈썹도 뽑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먼길을 갈 때는 가볍게 하고 가라는 것이죠. 도보여행시 가지고 갈까 말까 고민되는 물건들은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필요 없기 마련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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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서울> 삼남길이 열렸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우리의 길
조선시대 아니 그 전에도 길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길은 있다. 최근 삼남길 다섯코스가 복원됐다. 삼남길은 조선시대에 사용된 길로, 한양과 삼남지방(충청, 전라, 경상)을 잇던 길이다. 길을 오가던 보부상들을 통해 전국의 물산도 오고 갔으며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전국의 선비들도 이 길을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길이었기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사연만큼 많은 유적들도 남아 있다. 수원 오산 화성은 한양으로 가는 진입로에 위치한 만큼 옛길의 흔적이 제법 남아있다. 무수한 세월이 흐르고 흘렀고, 강산이 바뀌고 또 바뀌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삼남길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한발 한발 걸어서 그 길을 찾아냈다. 경기도 수원지지대쉼터에서 오산에 이르는 길을 <걷기 좋은 길>로 세상에 내놨다. 경기문화재단에서는 10월13일 "삼남길 함께 걷기 행사"로 삼남길의 개통을 알렸다. 그렇다면 과연 삼남길은 어떤 길인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삼남길은 어떤 길일까?
조선시대 10대 대로 중의 하나이면서 그 중에서 가장 길다는 천리 삼남길. 한양에서 해남 방향 외에도 평택 소사에서 길이 갈라져 서쪽으로 충청 수영(보령)으로, 충청 삼례에서 동쪽 통영으로 길이 갈라져 한양을 연결하는 한반도의 동맥과 같은 천리길은 전라도 해남 땅끝에서 시작, 충청도를 거쳐 경기도 평택-오산-수원을 지나 남태령을 넘어 한양 남대문까지 삼남지방(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를 잇는 길이라 하여 삼남길이라 명명됐다.
삼남길의 역할은 어떻게 쓰였을까?
전라도에서 서울로 통하던 군사 이동 통로이자 관리들을 임지로 파견하던 길이요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보부상들의 봇짐이 드나들던 장터길이자 전라도의 보물같은 특산품을 임금님께 진상하던 이동로였고,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님네들의 발이 닳도록 걷던 길이자 양반님네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유배를 떠나던 한 많은 천리길이다. 정도전이 전라도 나주로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가던 무거운 길,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 부임지로 향하던 그 길이 바로 삼남길이다.
삼남길이 앞으로는 어떻게 쓰일까?
이번 수원~화성~오산 3개 시 구간 개통을 계기로 경기도는 앞으로 안양, 의왕, 과천~수원, 오산~평택 등 경기도 삼남길 전 구간의 개통을 추진할 예정으로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의주로(연행길)와 영남로(사행길), 경흥로(함흥차도)를 관통했던 6대로를 모두 복원할 예정이다.
조선시대 한양과 지방을 연결했던 옛 대로를 복원해 경기도 옛길을 구축하는 것은 옛길 자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옛길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개척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국 각지로 뻗어가는 전국 단위의 장거리 역사문화탐방로 구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임진왜란 때 삼남길은 침략의 길이라는 아픈 역사의 길이지만 통일이 되면 의주대로를 따라 신의주를 거쳐 중국과 유럽으로 뻗어나갈 하이웨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오산수원화성>
산수화 지역 ‘삼남길’ 도보길...5개 구간 개통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융릉을 찾았던 원행길인 ‘삼남길’이 다시 태어났다.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 (사)아름다운도보여행, 코오롱스포츠는 각계 전문가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삼남길’을 도보길로 개발, 지난 10월13일 수원 서호공원 광장에서 개통식을 개최했다. 경기도에서는 수원~화성~오산 구간(약 34㎞)이 먼저 개통했다.
개통된 구간은 총 5개 코스로 제1구간 서호천길(지지대비~해우재~서호공원 입구) 7.1㎞, 제2구간 중복들길(서호공원입구~옛수인선철로~배양교) 7㎞, 제3구간 화성효행길 (배양교~용주사~세마교) 6.8㎞, 제4구간 독산성길 (세마교~보적사~세교지구6단지앞) 7.2㎞, 제5구간 오나리길(세교지구~맑음터공원) 5.3㎞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남태령을 건너 수원, 화성, 오산을 지나 평택을 지난다. 평택 소사에서 처음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서쪽으로 갈라진 길은 지금의 보령 땅인 충청수영으로 향한다.
남쪽으로 계속 뻗은 길은 충청도를 지나 삼례에서 두 번째로 길이 갈라지는데 여기에서 동쪽으로 갈라진 길은 지금의 경남 통영으로까지 이어져 남쪽으로 길을 가다보면 마지막에는 해남 땅 끝 마을을 지나게 된다.
▲삼남길 제1구간 ‘서호천길’

서호천 길은 수원시 지지대고개에서 출발해 서호공원 입구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지지대고개는 정조임금이 화성에 능행차를 왔다가 돌아가는 걸음이 못내 아쉬워 자꾸 행차를 늦췄다는 이야기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곳으로 정조임금의 애틋한 효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우재는 지난 2007년에 문을 연 화장실문화전시관으로, 옛 추억을 되새기며 화장실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해우재를 지나 서호천변에 조성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여기산에서 대규모 백로서식지를 볼 수 있다.
○지지대비(경기유형문화재 제24호)
지지대비가 서 있는 곳은 지지대고개라고 불리는 곳으로 의왕에서 수원으로 넘어오는 길목이다. 한자로는 ‘지지현(遲遲峴)’이라고 표기하는 곳이지만 본래는 ‘사근현(沙斤峴)’, ‘미륵현(彌勒峴)’ 등으로 불리던 곳. 이 고개에 ‘지지’라는 이름이 붙은 것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정조임금은 아버지인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이 남달라서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을 방문하기 위해 수원 지역에 자주 행차했다.
▲삼남길 제2구간 ‘중복들길’

서호공원에서 출발해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인 배양교에까지 이르는 구간이다.
서호는 정조임금이 수원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판 인공저수지로 제방 너머에는 아직도 농업진흥청 시험장이 남아있다. 서호 남쪽의 항미정에서 바라본 해질녘 풍경은 손꼽히는 절경이다.
서호공원을 지나 길을 따라가면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옛 수인선 철로를 만날 수도 있고, 수원비행장 서쪽으로 펼쳐진 중복들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배양교에서 화성시와 만나게 된다.
○서호공원(경기도기념물 제200호)
수원을 신도시로 건설한 정조가 가장 고심한 부분은 이 지역의 생업기반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성을 쌓고 주민들을 이주시키기는 했지만 막상 이 사람들이 어떻게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지에 대한 대책이 마땅치 않았다. 정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원 인근에 대규모 인공저수지를 축조했다.
▲삼남길 제3구간 ‘화성효행길’

▲ ⓒ뉴스후
배양교부터는 화성시에 접어든다. 황구지천변의 들판을 지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용주사에 도착할 수 있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조성하면서 함께 세운 절로, 템플스페이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색다른 체험을 하면서 하루쯤 묵어갈 수도 있다.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독산성을 바라보면서 길을 재촉하면 어느새 세마교에 도착할 수 있다. 코스 자체는 짧은 편이지만 용주사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융건릉도 무척이나 훌륭한 도보길이다.
○용주사(용주사 동종 국보 제120호)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隆陵, 당시 이름은 현륭원顯隆園)을 조성하면서 함께 세운 절이다. 이 때문에 용주사는 세워질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사찰에 뒤지지 않는 큰 규모와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구절로 유명한 조지훈 시인의 ‘승무’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삼남길 제4구간 ‘독산성길’

▲ ⓒ뉴스후
세마교를 지나 오르막을 걷다보면 독산성에 오를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독산성에 주둔했던 권율 장군이 말에 쌀을 부어서 성 안에 물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여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남아있을 정도로 독산성은 경기 남부의 중요한 군사요새였다.
더불어 독산성 성곽길을 걸으면 주변 경관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어 눈도 매우 즐겁다.
백제고찰 보적사와 산림욕장을 지나서 고즈넉한 산길을 계속 걷다보면 세교지구의 아파트들과 잠시 조우하게 된다.
○독산성 세마대지(사적 제140호)
독산성은 사실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막상 올라보면 주변 광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로 주변에 높은 산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독산성 아래를 흐르는 황구지천을 건너기 위해서는 무조건 독산성 아래를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독산성은 서울과 삼남지방을 잇는 삼남길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삼남길 제5구간 ‘오나리길’

세교지구의 아파트 길을 잠시 걷다보면 다시 포장도로를 벗어날 수 있다.
오산 도심 한가운데 이런 길이 숨어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약수터를 지나 궐리사에 도착할 수 있다.
궐리사는 공자를 모신 사당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관립 사당이다. 궐리사에서 잠시 도심지를 지나가면 오산천길로 합류할 수 있다.
오산시민들의 산책로로도 이용되는 오산천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평택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맑음터공원에 닿을 수 있다.
○궐리사(闕里祠, 경기도기념물 제147호)
궐리사는 조선 중종 때의 문신(文臣)이자 공자의 64대손인 공서린(孔瑞麟, 1483~1541)이 낙향해 서재를 세우고 후학들에게 강의를 했던 곳이다. 이 사실은 당초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소부터 유교 진흥에 관심이 많았던 정조는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듣고 여기에 공자를 모시는 사당을 세우게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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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삼남길’을 고증하다
주변의 민담과 설화, 지명유래 등도 함께 수집

경기도는 한양부터 해남 땅끝 마을까지 이어졌던 최장의 도로망이자 삼남의 곡창과 한양을 연결했던 ‘삼남길’의 수원, 화성, 오산 구간을 2012년 10월13일 개통하였다.
道와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를 비롯하여 (재)경기문화재단, 코오롱스포츠, (사)아름다운 도보여행 등 7개 기관은 2012. 7.3 협약을 체결하고, 3개시 구간의 삼남길 개통과 향후 길 운영 및 유지관리, 홍보 등에 대하여 공동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삼남길은 해남방향 외에도 평택 소사와 삼례에서 각각 충청수영과 통영 방향으로 길이 나뉘어 삼남지역과 한양을 모두 연결하는 길로 조선시대에 확립된 도로망 중에서 가장 긴 길이다. 경기도의 삼남길은 문화유산의 집적도가 매우 높은 길로 정도전과 정약용이 나주와 강진으로 유배를 가면서 걸었던 길인 동시에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지금의 융릉)으로 가기 위해 자주 이용했던 길이기도 하다.
옛길 고증을 위하여 ‘해동지도’ 등의 각종 옛지도와 ‘증보문헌비고’, ‘도로고’ 등의 문헌을 활용하였으며, 이 외에도 지역사 전문가 등의 고증을 거쳤다. 옛길을 고증하면서 단지 역사성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길 주변의 민담과 설화, 지명유래 등도 함께 수집하여 향후 풍부한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이번에 개통한 삼남길은 지난 1월 경기문화재단의 고증을 통해 확인한 경기남부 역사문화탐방로 총 62㎞ 중 도보로 걸을 수 없는 단절 구간 약 10km를 해당 지자체 공무원과 경기문화재단, 도보탐방 전문 민간단체인 (사)아름다운 도보여행이 5개월에 걸쳐 전체 구간을 도보로 걸으면서 대체로를 확보함으로서 개통이 가능하게 됐다.
대체로를 통해 도보가 가능하게 된 구간은 다음과 같다.
*수원 극동산업 병점충전소~황계교 0.5km *평고교~기안교 2.6km *화성 기안교~기안초교 2.3km *화산교~화산초교 1.1km *오산 세마교~독산성 주차장 1.4km *독산성입구~세마동 주민센터 1.4km *한신대기숙사앞~한신대 정문 앞 0.5km *한신대정문 앞~서부로 합류지점 0.4km
이상의 구간은 옛길을 고증할 수는 있으나 기존의 도로계획 등으로 인해 인도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구간으로, 이에 따라 道와 3개 시는 도보탐방 전문 민간단체인 (사)아름다운 도보여행(이사장 손성일)과 함께 수 차례의 현장답사를 통해 대체 및 우회로를 확보하였다.
단절구간의 대체로 확보에 가장 기여한 (사)아름다운 도보여행(이사장 손성일)은 코오롱스포츠와 함께 2012. 4월 삼남길 전남구간 14개 코스 230km를 개통시킨 도보탐방 전문 민간단체로 약 1만8천명의 동호인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삼남길 전남구간에 이어 경기도 구간에도 참여하여 대체로 공동 개척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며, 전국의 코오롱 매장 등을 통한 홍보활동으로 힘을 보탰다.
道는 이번 3개 시 구간 개통을 계기로 2013년에는 과천, 의왕, 안양, 평택 등 경기도 삼남길 전 구간의 개통을 추진할 예정으로 있으며, - 장기적으로는, 의주로(연행길), 영남로(사행길), 경흥로(함흥차사 길), 강화로(양요 길)와 평해로 등 경기도를 관통했던 6대로를 모두 복원할 예정이다.
수원, 화성, 오산 지역에 국한된 삼남대로를 경기도 전체 지역에 걸쳐 복원하는 동시에 의주로, 영남로 등 경기도를 지나는 모든 주요 대로를 복원할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들 대로를 그물망처럼 연결하여 조선시대 옛길 네트워크 구축하여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옛길 복원 사업들과도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시대 한양과 지방을 연결했던 옛 대로를 완전하게 복원하여 경기도 옛길 네트워크 구축하는 것은 옛길 자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옛길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문화콘텐츠를 추가로 발굴하고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개척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경기도를 시점(始點)으로 하여 전국 각지로 뻗어가는 전국 단위의 장거리 역사문화탐방로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도의 삼남길 개통은 충남과 전북 구간의 개통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머지않아 전 구간이 복원된 옛 삼남길을 걸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문화재단 이지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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