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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월간 "마운틴" 11월호 삼남길 종주단 1기 동행 취재 기사입니다.
코리아트레일
2012. 12. 11. 19:27
삼남을 거쳐 한양으로 이어지는 조선의 대동맥을 걷다 ‘삼남길’ 경기구간 개통… 수원ㆍ화성ㆍ오산 33.4km
월간마운틴글·사진 이갑수 기자 | 협찬 코오롱 스포츠입력2012.12.04 17:29수정2012.12.04 17:32
↑ 독산성 산림욕장에 들어서면 호젓한 오솔길이 펼쳐진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연결하는 조선시대의 가장 긴 도로망이었던 삼남길 중 경기구간이 복원되어 지난 10월 14일 개통되었다. 삼남길은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걸었고, 보부상이 물건을 팔러 가기도 했으며, 과거 유배를 떠나는 선조들이 지나간 길이기도 하다. 삼남길 경기도 구간은 지난 7월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와 함께 아름다운 도보여행, 경기문화재단, 코오롱 스포츠 등이 협약을 하여 3개월에 걸친 예비답사와 개척걷기 등을 통해 이루어진 길이다.
삼남길 경기구간은 수원-화성-오산에 걸친 총 길이 33.4km의 걷기코스로 1구간 서호천길(7.1km | 2시간), 2구간 중복들길(7km | 2시간), 3구간 화성효행길(6.8km | 1시간 50분), 4구간 독산성길(7.2km | 2시간), 5구간 오나리길(5.3km | 1시간 40분)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개통식에는 종주단의 걷기행사가 포함되었다. 종주단은 10월 13일 5구간 오나리길 맑음터공원부터 시작해서 4구간 독산성길을 지나 3구간 화성효행길 용주사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3구간 화성효행길을 마저 걸은 후, 2구간 중복들길의 서호공원에서 개통식 행사에 합류했다. 개통식 행사에는 시도 각 관계자 및 시민 1,000여명이 함께 축하공연을 벌였고, 이후 시민들과 함께 1구간 서호공원을 출발하여 해우재까지 6km가량을 걸었다. 5구간 오나리길부터 3구간 화성효행길 용주사까지의 도보여행에 동행해 보았다.
↑ 골짜기를 흐르는 실개울이 도로 옆으로 지나간다.
5구간 오나리길 5.3km : 가을로 채색된 오산천변을 따라 걷다
볕 좋은 날을 맞아 오리와 물새들이 오산천에서 자맥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5구간 오나리길 출발지점인 맑음터공원을 출발하여 만개한 수크령 군락을 지나 오산천을 내리 걷는다. 오산천은 갖가지 꽃으로 잘 꾸며져 있고, 중간 중간 건너편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디딤돌과 다리가 있어서 산책하기엔 좋은 길이다. 30분가량 오산천을 따라 걷고서 다시 오산시내로 들어간다. 오산대학교를 좌로 끼고서 조그만 실개천을 따라 오른다. 오산천을 이루는 지류의 하나로 보이는 개천은 생활하수가 모이는지 악취를 풍겼다.
오산 시내로 들어와 5분가량 걸으니 오산시 신장동 한가운데에 위치한 궐리사(闕里祠)가 그 얼굴을 드러낸다. 1792년(정조16)에 창건된 궐리사는 논산의 노성궐리사와 함께 우리나라 2대 궐리사의 하나로 공자(孔子)를 모시는 사당이다. '궐리(闕里)'는 중국 산뚱성 곡부(曲阜)에 있는 공자가 태어나 살던 궐리촌을 일컫는다. 담장을 타고 목소리가 흘러나오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하얀 도포에 망건을 쓴 훈장선생님이 중학교 학생들을 앉혀놓고 사당에서 예의범절 교육을 하고 있다.
궐리사를 나와 언덕길로 접어든다. 야트막한 숲길로 들어가 물향기 수목원을 지난다. 2006년 5월 개원한 물향기 수목원은 오산시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며 습지생태원, 기능성식물원, 수생식물원, 호흡성식물원, 난대양치식물원 등 다양한 주제의 1,600여종 나무들로 꾸며진 공원이다. 물향기 수목원의 나무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수목원을 벗어나 6차선 아스팔트 도로변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곳이 5구간 오나리길이 끝나는 세교지구 6단지 앞이다. 도로변 다리 아래에서 다과를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날도 선선하고 코스도 평이한 편이라 땀이 나질 않는다.
↑ 독산성에 올라서면 오산시의 주변이 훤하니 내려다보인다.
4구간 독산성길 7.2km : 외세의 침략을 막아낸 독산성을 넘어
슬슬 자리를 털고 다시 걷는다. 6차선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청동기 시대 고인돌인 '오산 금암동 지석묘군'을 지나 넓게 펼쳐진 황금색 논 사이를 지나간다. 논을 지나가는 길 중간에는 길을 닦는 작업이 한창인데, 산업단지가 들어오는 구간이라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을 지나 봉담-동탄고속도로 아랫길로 10여분을 내려가 반대편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하터널에 들어간다. 지하터널을 빠져나오니 왼편 멀리 서랑저수지가 보이는데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고 있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다시 산자락 논을 거슬러 오른다.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식당을 끼고 200m를 지나 오른편으로 돌아 오르니 독산성 자락에 위치한 세마대 주차장이 나타난다. 조용한 시골 숲속의 외딴 주차장이지만 사람들이 아주 없진 않다. 차를 타고 와서 자리를 펴고 책을 읽는 사람. 주차장 한편의 매점에서 커피를 사서 벤치에 앉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 독산성에 등산하러 가볍게 차려입고 나온 동네 주민들이 다니고 있다. 약수대와 화장실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장소다.
약수대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쉰 후에 일어나 독산성에 오르기 시작한다. 사적 제140호로 지정되어 있는 독산성은 그 둘레가 약 3,600m에 달하는 자그마한 산성이다. 기록에 의하면 백제시대에 축성되어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쳐 임진왜란 당시까지 사용된 역사 깊은 산성이다. 독산성 한가운데에 있는 세마대(洗馬垈)가 유명한데, 1593년에 권율장군이 주둔하고 있을 때에 왜군이 벌거숭이산인 석산에 물이 없을 것이라 여기고 독산성을 둘러쌌다고 한다. 이 때 권율장군은 기치를 발휘하여 산위에 말을 올리고서 흰 쌀을 끼얹는 시늉을 했고, 이를 본 왜군은 성안에 물이 풍부하다고 생각하여 물러갔다고 한다.
↑ 오산천변에 피어난 수크령 군락이 삼남길 경기구간 종주단을 맞이한다.
15분가량 석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돌계단과 석벽이 드러난다. 4~5m 높이의 석벽으로 둘러싸인 독산성은 오산시 주변이 훤히 보이는 전략적 요충지에 틀림이 없었다. 적군을 막기 위해 독산성을 축성했을 선조들의 피와 땀이 켜켜이 서린 석벽을 어루만지며 걷는다. 독산성 북동쪽에 위치한 보적사를 지나 석산 아래로 7분가량 내려가니 독산성 산림욕장이 나타난다. 오후 4시 나른한 햇볕이 숲 위로 내리며 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 아래에 내려 앉는다. 휴양림이 끝날 무렵 오른편으로 난 자그마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손성일 대표는 "이 길이 마지막에 발견된 길인데, 사람들 손도 거의 타지 않은 조용한 길입니다."하며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솔잎으로 뒤덮인 흙길을 기분 좋게 내려가 다시 도로와 만나 걷는다. 도로 끝에 세마교가 나오는데, 오산과 화성을 나누는 황구지천을 가로지르고 있다. 세마교는 다리 폭이 워낙 좁은데다 오가는 차량으로 인해서 길을 건너기가 꽤나 불편하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세마교에 보행자용 길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3구간 화성효행길 4km : 황구지천 뚝방길을 따라 올라
세마교를 건너 갈대가 우거진 황구지천 뚝방길을 따라 걷는다. 왼편으로는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고, 오른편 천변을 따라 갈대가 흰머리를 날리며, 발 아래에는 개망초가 얼굴을 빼꼼히 들고 있다. 종주단 참가자들은 시골에서 학교를 다닐 때 걷곤 했던 그 뚝방길과 같다며 참 좋아한다. 뚝방길을 15분가량 걷다가 황구지천과 헤어져 논 사이로 지나간다. 논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4차선 도로를 횡단하고 초매막국수를 끼고 실개천을 따라 오른다.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들판 중간 중간에는 추수를 끝내 비어진 곳도 보여, 이제는 제법 가을이 깊어졌음을 실감하게 한다. 들판이 끝나는 지점에는 이름도 독특한 안녕초등학교가 나오고 그 너머로는 주공아파트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주공아파트 공사현장을 왼편으로 돌아 넘어 5분가량 오르니 오늘의 목표점인 용주사가 나온다. 용주사 맞은편 식당 담벼락 아래에는 겨울을 나려고 패어둔 장작이 두둑히 쌓여있고, 가을색이 창연한 가로수 잎새는 하나 둘 바람에 날리고 있다.
※ 2기 삼남길 종주단은 11월 10일~11일 진행되며, 자세한 사항은 다음 카페 '아름다운 도보여행(http://cafe.daum.net/beautifulwalkin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황금색 들판을 건너 독산성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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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
글쓴이 : 손성일[손성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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