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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홀릭

코리아트레일 2007. 7. 10. 09:59
워커홀릭(일벌레)의 스트레스를 워크홀릭(걷기)으로 극복한 사나이. 뒤뚱거리던 회사 두 곳을 정상 궤도에 끌어 올려 ‘소방수’라는 별명까지 얻은 허영호(55·사진) LG이노텍 사장을 동료들이 일컫는 말이다.

허 사장이 걷기를 시작한 것은 2001년 7월. 그 해 3월 부임한 LG이노텍의 정상화 작업에 힘쓰던 시절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LG전자에 입사해 TV 부문에서 일하던 그는 41세에 이사 대우로 승진하고 2년 뒤 이사를 건너 뛰고 상무에 선임됐다. LG마이크론 사장에 오른 것이 48세 때였다.

본인 스스로 “집안 일로 동사무소에 들른 적이 한 번도 없고 이사한 집을 찾지 못해 헤멘 적이 있을 정도”로 회사 일에 매진했다. 이같은 성실함으로 외환위기 여파로 휘청이던 LG마이크론은 정상화에 성공했다.

다음으로 맡은 회사는 LG이노텍. 사장도 아닌 부품사업본부장이었다. 허 사장은 불면증과 편두통으로 심하게 고생했다. 안압 팽창으로 눈이 튀어 나올만큼 아픈 현상도 이어졌다. 그는 고교 시절(제주 오현고) 핸드볼 선수로 활동할 만큼 건강 체질이었다.

그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설렁설렁 일했으면 나아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상황이 그렇질 못했다”며 “정신적 스트레스만큼 육체적인 스트레스 균형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에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꾸준히 해 오던 명상과 기체조 대신 집 근처 공원을 걸었다. 한 시간 대략 8000보, 6㎞ 정도였다. 낮에 걷는 것을 합하면 매일 1만보 가량을 걸었다. 지금까지 걸은 거리는 2200만 보로 약 16000㎞나 된다. 서울~부산을 20번 왕복한 셈이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6개월 만에 체중이 8㎏이나 줄였고 두통과 불면증도 사라졌다. 허 사장은 “새벽부터 운동을 하다보니 오후 11시만 되면 졸음을 이기지 못해 노래방에서 노래하다 말고 잠이 들 정도였다”며 웃었다.

그는 틈만 나면 걷는다. 출장을 가기 위해 고속철도(KTX)를 기다리거나 공항에서 시간이 남을 때면 그냥 로비를 걷는다.

허 사장은 “요즘처럼 덥고 습도가 높을 때면 냉방이 잘 된 역사나 공항이 오히려 걷기 편하다”고 말했다. 꾸준히 걸을 수 있는 방법은 ‘목표와 무심’이라고 말했다. 걷는 동안에는 일은 생각하지 않고 목표인 8000보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매일 걷겠다는 각오로 시작해야 일주일에 다섯번 정도 운동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워크홀릭다운 충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