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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등산 옛길 1코스

코리아트레일 2010. 1. 8. 14:46

무등을 보며 /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누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히 끼일 일인 것이다.


[현대공론](1954년 8월호)

*

오늘 바라본 무등산은

위 아래를 규정하지 않는

평등한 산이었고,

가슴 뭉클하게 조용히 앉아 있는

겨울 산이었습니다.

 

아직은 겨울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
글쓴이 : 주말(천명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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