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을 보며 /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누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히 끼일 일인 것이다.
[현대공론](1954년 8월호)
*
오늘 바라본 무등산은
위 아래를 규정하지 않는
평등한 산이었고,
가슴 뭉클하게 조용히 앉아 있는
겨울 산이었습니다.
아직은 겨울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
글쓴이 : 주말(천명렬) 원글보기
메모 :
'카페 도보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1/23 강화나들길 2코스 - 호국돈대길 (0) | 2010.01.26 |
---|---|
[스크랩] 대모산~구룡산~양재역 - 소은님의 홈메이드와인에 이끌려.. (0) | 2010.01.20 |
[스크랩] 백련산~안산 (0) | 2010.01.07 |
[스크랩] 백련산 ~안산 눈길 도보 (1월5일) (0) | 2010.01.05 |
[스크랩] 백련산~안산 눈길 도보-2- (0) | 2010.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