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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름다운 도보여행 기사

코리아트레일 2010. 3. 21. 19:24

산따라 물따라 … [조인스]

2010.03.09 14:26 입력

내딛는 걸음마다 색다른 매력 물씬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많은 시간, 비싼 장비가 필요 없다. 편한 옷과 신발, 하루 정도의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떠날 수 있다. 내 속도에 맞춰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면 된다. ‘아름다운 도보여행(이하 아도행)’ 회원들이 말하는 도보여행의 매력이다. 아도행 성남·용인 지역 멤버들이 재발견한 우리 동네 도보여행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아도행은 걷기 모임이다. 제주 올레길과 같이 유명한 길은 물론 새로운 길도 만들어 가며 걷는다. 새롭다고 해서 없는 길을 닦고 아스팔트를 까는 것은 아니다. 좁고 바닥이 울퉁불퉁해도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면 된다. 아도행 회원들은 흙길을 선호한다.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길이라면 더욱 좋다. 이들은 길이 단순하게 관광지와 관광지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길 자체가 문화이고 관광지이기 때문”이라는 게 아도행 운영자 손성일(38)씨의 말이다.

손씨는 2006년에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을 걸어 보겠다’며 과감히 회사를 그만뒀다. 처음에는 ‘딱 1년 만’이라고 생각했다. 사각형으로 나눈 우리나라 2200km를 걷는 동안 그는 아름다운 곳을 수없이 발견했다. 더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2007년 가을, 그는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났다. 75일간 1800km를 걸었다. 60%가 숲으로 이뤄진 산티아고는 길과 도보여행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만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해남에서 서울을 잇는 ‘삼남길 만들기’에 도전했다. 첫 도보여행 때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었지만 이번에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흙길을 찾아 걸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긴 곳은 오솔길을 새로 냈다. 새 길을 만드는 데 많은 돈과 대규모의 정비 작업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이정표 하나면 충분했다. 이렇게 3년 간 1만여 km를 걸었다. 2008년 4월에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아도행은 현재 9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1000원씩 모아 매월 공익재단에 기부도 한다. 

도심 안에서 찾는 옛 문화의 손길

도보여행 전문가인 손씨에게 분당은 또 다른 발견이었다. 중앙공원·율동공원·영장산·불곡산·탄천. 분당 주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한 번쯤은 가봤을 만한 곳들이다. 딱히 특별한 건 없는 곳이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 보니 새로운 여행길이 열렸다.

“흔히 분당에는 새로운 길이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같은 중앙공원이라도 광장이 아닌 팔각정에 닿는 낮은 동산을 오르고, 공원 안의 전통 가옥을 둘러본다면 색다른 느낌이 들죠.” 그는 “오래된 나무나 비석, 지역 문화재 등 옛 것의 정취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귀띔한다.

올해로 19년 째 분당에 살고 있는 윤항중(47·수내동)씨에게 분당은 분당천·탄천을 중심으로 하나로 연결된 걷기 편한 길로 비친다. 대부분의 주민은 중앙공원·율동공원·분당천·불곡산은 알지만 이 곳을 연결해서 걸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잘 못한다. 윤씨는 차가 없는 안전한 길을 찾다가 하천을 따라 걷는 길을 발견했다. 그는 “오가는 길을 조금만 바꾸면 분당 내 명소들이 서로 맞물려 있음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남시 등산로로 알려진 성남시계 길도 걷기 좋은 길”이라고 조언했다. 산으로 연결돼 있지만 능선이 많아서 걷기에 부담이 없다는 것. 특히 새마을고개·태재고개 등을 이용하면 뒷동산을 오르는 느낌으로 걸을 수 있다.  

공원과 산을 따라 걷는 여행길

도보여행 초보자들에게 공원과 공원, 산과 산의 이음을 만들어 가며 걷는 길은 전혀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딸과 함께 도보여행에 나선 김선화(50·분당 정자동)씨는 “15년 간이 곳에 살았지만 공원과 공원이 분당천으로 연결된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내년 9월 해외 유학을 앞둔 딸 한승민(18)양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이들 모녀는 도보여행에 참가했다. 김씨는 “걷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데다 자기 속도에 맞출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산행은 오르막을 오르기가 어렵고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다. 걷기는 이러한 위험이 없다. 시간이 적게 드는 것도 매력이다. 좋은 곳을 찾아먼 곳까지 갈 필요도 없고, 몸에 무리가 오면 걷기를 멈춰도 된다.

이사온 지 한달 남짓됐다는 유림(닉네임·47·판교)씨는 “분당이라는 하나의 퍼즐을 맞춘 것 같다”고 전했다. 평소 지나다니던 곳도 두 발로 걸어보니 더 매력적이었다. 태재고개·불곡산으로 이어진 성남시계 길에 마음을 뺐겼다. 중앙공원 내 한산 이씨 옛집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도심 중앙에서 초가집을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며 “어렸을 때 살던 옛 동네를 떠올렸다”고 미소지었다. “계절이 바뀌면 공원도 산도 색다른 느낌이 들겠죠. 또 다른 모습의 분당이 기대되요.”

[사진설명]아름다운 도보여행 성남·용인 지역 회원들이 분당공원을 걷고 있다. 이들은 “이번 도보여행으로 자연·역사가 녹아있는 분당의 매력을 새롭게 알았다”고 말했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우리 동네 즐거운 여행코스 [조인스]

2010.03.09 13:50 입력

지역 명소 건너건너…
봄 오는 소리 따라 걸어요


알고 있는 길도 평소와 다른 코스로 걸으면 새 길이 된다. 나무가 우거진 숲, 맑은 물길을 따라 걷노라면 상쾌한 기분이 더해지기 마련. 하루 4~5시간이면 동네에서도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도보여행 회원들이 추천하는 분당구청→중앙공원→율동공원→태재고개→불곡산→오리역으로 이어지는 약 15km의 길을 소개한다. 

문화재와 자연의 조화, 분당중앙공원

분당중앙공원(분당구 수내동)은 역사 유적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원래 수내 지역에는 70여 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그 중 한산 이씨 가문이 30가구 가량이었던 한산 이씨 집성촌이었다. 한산 이씨는 토정비결로 유명한 토정 이지함을 배출한 가문. 현재 공원 내에는 한산 이씨 묘역(경기도 기념물 제116호)이 있다. 집성촌 종갓집의 전통 가옥도 보존돼 있다. 이 가옥은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78호다. 성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초가집이기도 하다.

중앙공원은 기존 삼림은 살리면서 새로 나무를 심어 자연스러운 경관을 조성했다. 특히 팔각정에 오르는 길은 계절 변화에 따라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윤항중씨는 “새싹이 돋고, 나무가 우거지고, 낙엽이 지고, 눈이 쌓이는 모습은 길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팔각정은 낮에는 어르신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용된다. 중앙체육회에서 관리하는 50여 종의 운동기구가 갖춰져 있어 지역 주민들이 아침 운동 코스로 즐겨 찾는다.

공원과 공원을 잇는 분당천

분당중앙공원에서 율동자연공원(분당구 율동)은 그리 멀지 않다. 분당천을 따라 걸으면 율동 공원에 금새 도착한다. 분당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논과 밭이 많은 지역이었다. 분당천은 농사가 중심이던 시절 조성한 분당저수지에서 이어지는 물길이다. 탄천을 따라 서울 잠실, 용인으로 연결돼 있어 1일 하이킹 코스로도 적합하다. 분당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현재 지난해 많은 비로 무너진 제방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호반 따라 한 바퀴, 율동자연공원

율동자연공원은 율동저수지 일대를 수변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자연호수·잔디밭·갈대밭 등 자연을 최대한 그대로 살렸다. 103m까지 솟아오르는 분수대는 이 곳의 명물. 번지점프대·조각 공원 등이 있어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 산책로 주변의 책 테마파크는 다양한 연령층에 환영받는 시설이다. 곳곳의 멀티미디어 벤치에서는 대중가요부터 동요까지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중앙공원에 한산 이씨의 유적이 있는 것처럼 율동공원에는 청주 한씨의 묘역이 남아 있다. 공원 내의 청주 한씨 문정공파 묘역 신도비는 문화재 자료 제84호로 지정됐다. 성남시 향토유적 제9호인 청주 한씨 청연공파 묘역도 있다. 독립운동을 했던 한순회·한백봉 선생의 묘도 만날 수 있다. 묘지 인근에는 2006년 3월 1일 제막한 삼일운동기념탑이 위치하고 있다. 매년 3·1절이면 이 곳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분당구에서 가장 험준한 태재고개

호수를 따라 율동공원을 한 바퀴 돈 후 가벼운 산행을 시작한다. 밤골약수터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새마을고개에 도착한다. 새마을고개는 성남시 경계에 위치한다. 영장산과 불곡산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산새가 험하지 않아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불곡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태재고개(분당구 분당동)를 지나야 한다. 태재고개는 분당구 내에서 가장 험준한 고개로 꼽힌다. 태재고개를 넘으면 경기도 광주시가 펼쳐진다. 태재고개는 가실고개라고도 불린다. 동국여지 승람·조선지지자료·남한지·한국지명총람 등 문헌에 따라 추령(酋領)·추령(秋領)·태현(台峴)·태현(泰峴)으로 다양하게 기록돼 있다. 고개 마루터에는 고려우왕 때 신하인 김자수 묘가 있다.

성남시 지정 등산로 품은 불곡산

불곡산은 영장산과 함께 성남시에서 지정한 등산로다. 산줄기 북쪽으로는 태현과 새마을고개를 지나 새나리고개·곧은골고개·갈마치고개로 이어진다. 남한산성 지대와도 연결된다. 남쪽은 성남시와 광주시 오포읍·용인시 수지지역이 경계를 이루는 대지산에 닿아 있다.

불곡산은 큰절골·작은절골 등 절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정자동 윗마을 주민들이 성스러운산이라 여겨 산신제를 지냈기 때문에 성덕산으로도 불렸다. 정상은 해발고도 344m로 수내·정자·구미동과 가깝다. 신기동까지 이어지는 해발고도 109.1m의 봉우재에는 공원을 조성했다.

[사진설명]율동자연공원 내 저수지에서 오리들이 노닐고 있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제공=아름다운 도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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