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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수환 추기경, 안구 - 새 빛으로 빛나다

코리아트레일 2009. 2. 19. 22:23

김수환 추기경, 안구 - 새 빛으로 빛나다

- 기증된 각막으로 2명의 노인 눈 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http://www.donor.or.kr/

신동 기자, 011shindong@naver.com

등록일: 2009-02-18 오후 9:43:15

 
16일 오후 6시30분, 김수환(金壽煥·87) 추기경이 선종(善終)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옛 강남성모병원) 병실에 이 병원 안과 전문의 4명이 찾아왔다.
지난 1990년 김 추기경이 약속한 각막 기증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김 추기경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연락을 받고 이날 오후 3시부터 수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의사들은 김 추기경의 마지막을 지켜본 정진석 추기경 등 신부, 수녀들을 잠깐 병실 밖으로 내보냈다.
안과 과장 주천기(53) 교수가 김 추기경의 유해를 향해 목멘 소리로 말했다.

"하늘나라에 가시면서 숭고한 일을 하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새 빛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변용수(30) 전문의는 "야위셨지만, 돌아가신 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온화하고 평안한 표정이셨다"고 했다.

수술은 오후 7시부터 30분 동안 진행됐다.
의사들은 추기경의 양쪽 눈을 거둔 뒤 병원 안에 있는 '안구은행' 으로 옮겨서 이식에 적합한 상태인지 확인했다.
변 전문의는 "연세에 비해 각막이 깨끗했고, 두께와 세포 밀도도 정상이었다" 고 했다.
이날 밤 9시30분쯤 김 추기경의 유해는 명동성당으로 운구됐고, 김 추기경의 각막은 병원에 남았다.

이튿날인 17일 오전 9시쯤 각막 이식 수술 대기자인 서울의 A(73)씨와 경북의 B(70)씨 집에 전화가 걸려왔다.
"각막이 준비됐으니 빨리 서울성모병원으로 오라" 는 내용이었다.

A씨는 1시간 30분 만에 아들(42)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에 들어서 입원 수속을 마쳤다.
B씨도 오후 2시30분쯤 병원에 도착해 곧바로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A씨는 "19살 때 고향에서 과일을 따다가 나뭇가지에 오른쪽 눈을 찔려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그 후 왼쪽 눈 시력이 떨어져 1~2m 앞만 어렴풋이 분간할 수 있게 됐다" 고 했다.
2006년과 2007년에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왼쪽 눈 시력을 일부 회복했지만 이내 다시 침침해졌다고 한다.
아들은 "50년 넘게 집에서만 지내신 어머니가 이번에야말로 눈을 뜨면 좋겠다" 고 기원했다.

B씨는 "30년 전, 다니던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나서 왼쪽 시력을 잃었다" 며 "그동안 농사일을 마음먹은 만큼 못했는데, 시력을 회복해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고 했다.

두 사람은 병원 직원들에게 "어제(16일) 여기서 김 추기경이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며 "혹시 내가 이식받을 각막이 그분이 기증하신 것이냐" 고 물었다.
병원 직원들은 "각막 기증자와 이식 대상자의 신원을 밝히는 게 규정상 금지돼 있어 알려줄 수 없다" 고 답했다.

병원측은 "각막 이식 수술은 각막이 들어올 때마다 그때그때 이뤄진다" 고 했다.
적출된 각막의 보존 기한은 7일이지만, 대부분 만 하루 안에 이식 수술이 이뤄진다.
병원 관계자는 "양쪽 눈 실명이나 응급 안(眼) 질환을 앓는 환자, 또 나이가 적은 환자일수록 우선순위가 되며, 기증자와 이식 대상자의 나이도 고려한다" 고 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는 이날 "김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한 뒤, 장기기증 서약 상담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며 "온라인과 전화로 '추기경을 보고 나도 베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는 사연이 쏟아졌다" 고 했다.
김 추기경은 이 세상에 눈(目)과 사랑을 남기고 떠났다.

“나누는 삶 본받자”…‘생명사랑 실천’으로 부활
[김수환 추기경 선종]
장기기증 신청 쇄도…입양 문의 늘어
대북 지원·소수자 인권 등 관심도 증폭
한겨레 길윤형 기자 정유경 기자 김진수 기자
» 김수환 추기경을 조문하려는 추모객들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옆 삼일로를 지나 퇴계로까지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이 우리 사회에 온유한 사랑의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평생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해 온 추기경의 삶이 알려지면서 고인의 삶을 본받으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18일 명동성당 한 구석에 부스를 꾸렸다. 김 추기경이 세상을 떠나며 두 눈의 각막을 기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장기기증 신청 문의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부 쪽은 17일 하루 기증의 뜻을 밝힌 전화가 보통 때보다 갑절 이상인 40건을 기록했고, 18일에도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라고 밝혔다. 김 추기경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장기기증 서약 기관인 ‘한마음한몸 운동본부’에도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주부 배미자(57)씨는 “종교는 없지만 추기경님의 향기나는 삶의 모습을 본받고 싶어 어제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며 “추기경님처럼 주변을 돌보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7일 저녁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동안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만 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다가 김 추기경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장기기증센터에 장기와 각막 모두 기증하겠다고 서명했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이 설립한 서울 성북동 미혼모 자녀 입양 기관인 ‘성가정입양원’에는 18일 입양 문의가 평소보다 많은 10여건을 기록했다.

김 추기경이 애정을 쏟아온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추기경은 살아 생전 북한 동포들의 궁핍한 삶을 염려했으며, 외국인 노동자, 미혼모,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 등 소수자들의 인권 개선에 애썼다. 19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설립 당시에는 이 단체 고문으로 직접 참여했으며, 97년 4월에는 송월주 스님, 강원룡 목사 등과 더불어 옥수수죽 먹기 행사에 참여해 대북지원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관계자는 “김 추기경 선종 이후 한 동안 뚝 끊겼던 후원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김 추기경님의 선한 삶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안규리 교수 등 서울대 의대 교수들을 모아 ‘라파엘 크리닉’이란 외국인 무료 치료 의료기관을 설립했다. 이 클리닉에는 지금도 매주 7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아와 무료로 치료를 받는다.

이날 2살·12살 된 딸의 손을 잡고 명동성당을 찾은 장경희(37)씨는 “그동안 주위 사람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아왔지만 정작 주변을 살피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다”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추기경님의 뜻을 받들어 봉사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정유경 기자 charisma@hani.co.kr

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
글쓴이 : 손성일[손성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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