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트레일 사진

[스크랩] Re:2011년05월13(금)~14일(토) 삼남길 2~3코스 마운틴 잡지 기사입니다.

코리아트레일 2011. 4. 20. 11:38

구슬을 꿰듯 옛길을 잇다     마운틴 잡지 원문 보기

 

글\사진 김 난 기자

 

도로 피해 요리조리 흙길로
삼남길 2구간은 산길, 삼나무숲길, 마을 골목길, 농로, 신작로, 둑방길이 번갈아 나온다. 그러다 클라이막스처럼 저만치 달아난 푸르른 바다와 그 위에 뜬 섬들을 바라보며 걷는 몽돌해안이 등장한다. 짧은 길들이 모여 긴 여행길이 되는 것이다. 연작 단편소설들이 모여 하나의 장편을 이루듯이.
1구간의 끝 부분인 주황색 지붕을 인 민트색 집을 지나 땅끝교회로 향하는 좌측길이 2구간의 시작이다. 해남 시내버스를 이용해 2구간에 접근한다면 통호리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대광수퍼민박 간판을 따라 마을길로 들어선다. 대광수퍼민박을 지나 우측으로 난 길이 땅끝교회로 이어지는 길이자 2구간 시작점이다.

삼남길 2구간은 겨울에도 밭에서나 바다에서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다.

좌우로 논을 두고 쭉 뻗은 하얀 시멘트길은 다리를 건너 좌우로 갈린다. 우측길로 돌면 보이는 땅끝교회 바로 앞에서 좌측길을 따라 교회 뒤쪽으로 돈다.논둑길이 잠시 이어지다 임도로 바뀌고 멀리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 보인다. 교회 앞으로 난 도로를 따르면 5분도 안 걸릴 길이지만 흙길을 걷고자 교회 뒤쪽을 돌도록 코스를 낸 것이다.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은 선장 출신 관장이 폐교를 인수해 세운 사설 박물관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2만 5천점의 전시물이 바다 속을 땅 위에 올려놓은 듯 볼거리가 적지 않고 운동장에는 여러 척의 배를 부려놓았다. 커다란 물고기 모형과 작은 연못 등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으니 들러볼 만하다. 운동장 한쪽에는 겨울에는 쉬지만 토스트, 국수류, 음료수 등을 파는 휴게실과 화장실이 있어 다리쉼을 할 쉼터로도 훌륭하다.
통호리 마을 골목길을 지나 도로 우측에 쉼터 겸 전망대가 있는 곳부터는 잠시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걷기 좋은 길을 만들기 위해 도로를 피하고 흙길을 찾는다”는 소신을 가진 삼남길 개척단도 우측엔 해변이, 좌측엔 귀퉁이가 깎인 산이라 걸을만한 길을 찾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차가 적게 다니긴 하지만 도로는 위험하다”는 로드플래너 손성일씨는 “이런 건 해남군에서 협조를 해준다면 왼쪽 산에 작은 오솔길을 내 좀 더 걷기 좋은 도보길을 만들 수가 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수많은 발품으로 숨겨진 옛길들을 찾을 수는 있지만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것은 몇몇 개척단의 힘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10분가량 걷다 좌측에 반듯이 닦인 흙길로 올라선다. 소나무가 좌우로 심긴 너른 길은 가족묘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붉은 황토길을 따라 걸으면 사구미 백사장을 향해 잠시 시야가 트인다. 계속 시야가 트이지 않고 잠깐 잠깐 볼 수 있어 더 멋진 풍경으로 다가온다.

갈대밭과 갯벌이 맞닿은 사이에 난 길로 걸어 들어가면 남빛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해안길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텅 빈 가축우리 우측으로 돌면 대숲 사이로 난 계단을 내려서게 된다. 우측엔 옛 빨래터가 있다. 과거 이곳은 동네 아낙들이 모여 빨래도 하며 담소를 나누는 사교의 장이었을 것이다. 바닥에 선명한 삼남길 방향표시를 따라 좌측골목길로 내려선다. 삼남길의 ‘삼’에서 따와 세 개의 ‘좰 ’표시가 방향을 알리는데, 화살표의 의미도 있지만 부메랑의 의미도 있다.
“길에서 만난 누군가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면 자신도 다른 이에게 다시 호의를 베풀자는 거죠. 그걸 반복하면 그 호의가 다시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겁니다. 제가 운영하는 ‘아름다운 도보여행’ 카페에서 도보여행 모임 때마다 천 원씩 기부금을 모으거나 자발적으로 자신이 걸은 거리 km 수에 비례해 기부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회원들이 도보여행을 하며 느낀 즐거움과 행복감을 기부를 통해 선순환시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색상 역시 방향을 알린다. 주황은 땅끝, 녹색은 서울 방향을 의미한다. 리본도 주황과 녹색 두 종류를 함께 묶어 눈에 쉽게 띄도록 했다. 사구리노인회관을 지나 마을 담벼락을 따르는데, 담쟁이덩굴이 담벼락을 수놓았다. 그 복잡한 얽힘이 마을에서의 이 집 역사를 알려준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따뜻해지면 아기 손바닥 같은 녹색잎들이 담벼락을 뒤덮을 것이다. 마을 집들의 지붕은 겨울임에도 주황, 빨강, 파랑, 초록, 청록 등 알록달록한 색감을 자랑한다. 마을 밭으로 난 신작로를 걷는다. 새하얀 길이 밭 사이로 구불구불 늘어져 있다. 두 번 만나는 좌우 갈림길에서는 우측길을 택한다.

삼나무숲도 몽돌해변도 걷는다
제법 너른 저수지를 지나면 마늘밭 한쪽으로 난 옹색한 길을 따르다 좌측 길로 산 속으로 들어선다. 이 부분에서 길이 명확하지 않으니 리본 찾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구리마을에서 영전리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이 고갯길은 마을 사람들의 기억에도 잊혀가던 옛 고갯길을 로드플래너 손성일씨와 개척팀 강세훈씨, 강주미씨, 박종삼씨가 두 발로 이 일대를 샅샅이 훑으면서 찾아낸 것이다. 개척단이 지난 여름에 낫으로 풀베기를 했다는 길은 한 사람 폭이라 최대한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려 했음을 알 수 있다. 10분 남짓의 오르막을 오르면 금세 고갯마루다. 이곳부터 완만한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조금만 가면 쭉쭉 뻗은 삼나무가 길 양옆으로 도열한 숲길이 나온다. 갑자기 어디서 이런 늘씬한 나무들이 나타난 건지 어리둥절할 정도라 강세훈씨는 산을 넘어가는 길을 찾던 중에 이 삼나무숲을 발견했을 때는 “오아시스를 찾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그때 걷는 즐거움보다도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 이으며 길을 개척하는 재미가 생겨났다고 했다.

해안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 삼남길 리본을 바위에 매어두었다.

임도와 만나면 작은 내를 따르다 두 번의 갈림길에서 우측을 따른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영전리마을이다. 마을에는 커다란 나무 두 그루를 중심으로 설치해놓은 아주 넓은 평상이 있다. 텐트 두세 동은 너끈하게 칠만한 공간인데 나무도 커 여름에는 넉넉한 그늘을 제공할 것이다. 손성일씨가 “이 길을 몇 번이나 지나면서도 한 번도 열려 있는 것을 보지 못 했다”는 중앙상회를 지나면 바윗돌들로 축대를 쌓은 집이 나온다. 띄엄띄엄 떨어진 몇몇 바윗돌만 알록달록하게 원색으로 칠이 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다. 그 바로 옆이 영전백화점이다. 화려한 도심의 백화점을 생각하면 안 된다. TV에도 몇 번 방송되었다는 영전백화점은 단어의 1차적 의미에 충실히 하자면 ‘백화점’보다는 ‘만물상’이 더 어울리는 잡화점이다. 영전백화점에서 마련해 놓은 정자와 야외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은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너그러움은 있는 반면 안타깝게도 청결함은 갖추고 있지 못하다. 길 우측에 땅끝만물수퍼와 남전떡방앗간이 있어 요깃거리를 살 수 있다. 가게 외부와 내부에 테이블이 있어 컵라면 등을 먹을 수도 있다.
통호리에서 영전백화점까지의 트레일 거리가 6km 남짓으로 2구간을 절반정도 걸은 셈이다. 영전백화점 맞은편 폐교된 분교 옆을 끼고 돈다. 길을 따르다 우측으로 직각으로 꺾다시피 하면 둥근 곡선들이 늘어선 다랑이 논을 지난다. 이제 바다는 한결 가까워진다. 우측으로 난 둑방길을 따라 갯벌을 보며 걷는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는 갯골을 따라 흰색 고니와 겨울 철새들이 내려앉았다. 배를 채우는지 고개가 연신 갯벌로 떨어진다. 둑방에는 갈대가 황동빛으로 반짝반짝 빛을 낸다. 도로를 잠시 나왔다가 다시 둑방길로 들어서는데, 여기서 A, B코스로 나뉜다. 밀물 때가 되면 해안을 걸을 수 없기에 아스팔트길을 따라 앞으로 나가고, 썰물 때면 둑방길로 들어서 해안길을 걸으면 된다. 바다를 향해 길이 지그재그로 달려간다. 해안에는 구멍이 숭숭 난 현무암 바위들이 많고, 바다에는 섬들이 둥실 떠 있는 듯하다. 바위에는 작은 석화가 따닥따닥 붙어있다. 손성일씨는 그중 큼직한 것을 골라 입을 벌리자 엄지손톱만한 굴이 들어있다. 한입에 털어 넣은 손성일씨는 “아이, 짜”라며 얼굴을 찌푸린다. 해안가라 따로 길 표시를 하기 힘들었는지 바닥에 돌출된 큰 돌 위에 주황색과 녹색의 방향표시를 해 두었다. 얼마 걷지 않아 바위투성이에서 굵은 모래알과 몽돌해안이 반반 섞인 해안길로 바뀐다. 강세훈씨가 자신이 발견한 공룡알화석이라며 노란 바위 하나를 가리킨다. 그 말대로 메추리알 무늬를 지닌 공룡알 화석 같은 둥근 바위가 여럿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라는 말을 하면서도 신기한 모양에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푸른 물빛 위에 햇살이 반짝반짝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걷다 좌측에 난 오르막길로 올라선다. 밭 사이 신작로를 걷다 다시 우측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의향기팬션을 지나는데 1km 정도만 더 걸으면 정면 멀리 서홍교회가 보인다. 도로와 만나 우측으로 나오면 서홍리사무소 겸 서홍리노인당 건물과 만나며 2구간이 끝난다. 3구간 시작은 우측에 자리한 폐교 옆길이다.
푸른 마늘밭 사이로 난 하얀 신작로를 걸으며 멀리 파란 바다를 볼 수 있으며, 숲 속에서 뜻밖에 이국적인 분위기의 울울창창한 삼나무숲을 지나기도 하고, 바다에 바싹 다가가 해안을 따라 걷기도 하는 삼남길. 곳곳이 보석 같은 해남의 풍경을 만든 조물주의 조화도 경이롭지만, 짧은 옛길들을 긴 트레일로 엮어 낸 삼남길 개척단의 발품도 경이롭다. c/t

동글동글한 자갈이 펼쳐지는 몽돌해안. 삼남길 방향을 알려주는 큰 바위는 쉼터가 되기도 한다.



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
글쓴이 : 손성일[손성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