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일 자유게시판

[스크랩] 삼남길 개척하는 로드플래너 손성일 대표를 만나다

코리아트레일 2012. 10. 22. 20:31

 

 

 

 

로드플래너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로드플래너란 말 그대로 길을 걸으며 개척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등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아름다운 길들이 모두 로드플래너의 작품이죠.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들이 속속 등장해서인지, 최근 도보여행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보여행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더 찬찬히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통수단 대신 튼튼한 두 다리로 여행하기 때문에 환경도 보호할 수 있죠. 도보여행가들을 위해 길을 만들어가는 우리나라 대표 로드플래너, (사)아름다운도보여행의 대표 손성일 씨를 <정책공감>이 만나봤습니다.  


로드플래너라는 말이 생소하던 7년 전부터 길을 걸었던 손 대표는 그저 길이 좋아서 걷다보니 ‘서울특별시 생태탐방로’ 조성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고, 하동군 ‘박경리 토지길’ 개발과 자문위원도 맡게 되었다고 하네요. 



국내에 전 지구인이 걷는 도보여행길을 만들겠다


그리고 지금은 삼남길 복원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삼남길이 생소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삼남길은 원래 조선 시대의 10대 대로 중 ‘호남대로’로 불리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대표 도보길입니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하여, 서울 숭례문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전북 삼례 지점에서는 경남 통영으로 통할 수도 있습니다. 즉 삼남길은 한양에서부터 충청, 전라, 경상도를 연결했던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손성일 대표는 이 길을 도보여행길로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 길이 복원되면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도보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마침 <정책공감>이 손성일 대표를 만난 지난 13일은 삼남길의 일부인 경기도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 구간 개통식이 열린 날이기도 했습니다. 전날부터 삼남길 이 구간의 끝부터 종주단과 함께 걸어서 개통식에 참여한 손 대표는 “삼남길은 전 지구인을 위한 길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 포부를 어떻게 현실로 이룬다는 것인지,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손성일 대표>



로드플래너가 된 계기가 있다면?


저는 로드플래너가 되기 전에 직장을 다니며 산을 타는 등산 애호가였습니다. 백두대간 등  전국 곳곳의 산을 400회 이상 탈 정도로 등산을 많이 하고 좋아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스페인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보게 됐습니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2006년 여름휴가 때 정말 산티아고에 갈 준비를 할 생각으로 예비훈련 겸 서울에서 강릉까지 걸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발에 물집이 잡히더라고요. 결국 홍천까지 밖에 못 갔어요. 


그리고 여름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사표를 내고, 다음해 결국 바라던 산티아고에 갔다 왔습니다. 75일 동안 5개의 코스, 1800km를 걸었습니다. 그때 산티아고에 비해 우리나라의 길은 걷는 사람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시 제주 올레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산티아노의 길은 친절했고 배려가 있었습니다. 5km 마다 숙박시설이 있고요. 자원봉사자들도 넘쳐났고, 그 누구도 길을 잃어 헤매는 일을 없을 것 같은 길이었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와 같은 도보여행길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신건가요?


그렇죠. 산티아고는 2000년 된 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옛길이 남아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길은 옛날부터 있었으니까요. 영남대로, 호남대로, 관동대로 그렇게 해서 걸어보자. 처음에 영남대로인 부산부터 서울까지 걸었어요. 그런데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 쪽은 문경새재, 토끼벼루 밖에 남아 있는 옛길이 없더군요.

 

그런 다음 호남대로를 걸었죠. 전라도 쪽은 다행히 옛길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땅 끝부터 길이 시작되는 것에 의미도 있는 것 같아 땅 끝 해남부터 서울까지를 대충 목표로 잡고 옛길을 찾아보게 된 것입니다.



<삼남길 경기도 지역 구간 개통식>



삼남길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를 해주신다면?


원래 조선시대부터 한양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잇는 길을 '호남대로'라고 불렀습니다. 이에 호남대로를 새롭게 간다는 뜻으로 '신호남길'이라 이름지으려 했는데 '신'자가 일본식이라서 뺏습니다. 그런데 또 그냥 호남길이라고 하기에는 호남지역만의 길로 오해받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다른 이름을 계속 찾아봤는데 이 길의 별칭 중에 삼남대로가 있었답니다. 남쪽 아래 세 지역인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로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해서 지난 2008년 11월 27일 날 처음으로 제가 이 길을 ‘삼남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게 하는 것도 저에게 주어진 또 다른 일이었습니다. 



조선시대의 호남대로와 이번에 개척된 삼남길의 다른 점이 있다면요?


지금 개발하고 있는 삼남길은 저희 아름다운 도보여행 회원들의 발품과 코오롱 스포츠의 물적 지원, 그리고 경기문화재단의 고증을 바탕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초 뼈대를 남겨 둔 상태에서 군데군데 지나가게 되기도 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원래의 삼남길 대부분 도로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고증을 받아 원래의 호남대로를 찾고, 도로가 된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게 된 것이죠. 꼭 조선시대의 길만이 길이 아니고 지금 우리 시대에 만들어진 길도 100년 후 200년 후에 옛길이 될 것이니까, 의미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옛길을 찾아서 새길을 걷는다고 할 수 있죠. 



땅 끝에서 서울까지 걷는 도보여행이라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너무 벅찬 일이 아닐까 하는데요.


조선 시대의 호남대로는 사실 천리길이라고 해서 420km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삼남길은 돌아가기도 하고 해서 600km 정도 나옵니다. 빨리 걸으면 40일 정도 걸립니다. 기간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코스를 선정할 때는 교통이 편하고 숙식 가능한 곳을 기준으로 합니다. 


산티아고에는 ‘알베르게’라고 부르는 숙소가 군데군데 있어서 여행자가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숙소를 ‘주막’이라고 부를 예정인데 내년에 전라남도에 주막 두 개가 생깁니다. 폐쇄역인 노안역을 리모델링해서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코스마다 숙소를 만들어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 계획입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도보여행이 힘들진 않을까요?


산이 많기는 하지만 산을 넘지는 않습니다. 재나 고개를 넘겠죠. 옛 사람들도 가장 빠르고 낮은 곳을 걸어왔습니다. 특히 삼남길은 영남대로보다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빨랐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평야가 많아서죠. 그래서 우리도 최대한 그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강도 가고, 하천도 하고, 마을길과 농로, 숲길 등 다양하게 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는 곳마다 문화재가 정말 풍부합니다. 이야깃거리를 따로 입힐 필요가 없었습니다. 길 자체가 이야기가 되니까요. 길이 문화가 되고 관광화가 되는 것이죠. 



로드플래너로서 특별한 길 선정기준이 있습니까?


우선 길을 만들 때 조건 1순위가 ‘안전’입니다. 그 다음에 숲길이나 흙길, 이야기가 있을 것, 그 다음이 사람들이 와서 사용할 수 있는 편의 시설들을 확인합니다. 화장실, 숙소, 식당, 교통편 등 이런 것을 기준으로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숲길이나 흙길, 농로, 마을길을 선호합니다. 


걷기 인구의 70%가 여성입니다. 60대 이상 분들도 많이 걸으시고 말입니다. 우리가 길을 만들 때 여성분들이 편할 수 있게 길을 조성합니다. 여성화장실을 두 배 정도 만들어 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하기도 합니다. 여성분들이 많이 걷고 또 여성분들이 걷기에 불편함이 없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편한 길이 되더군요. 



 

<삼남길 곳곳에 위치한 안내 표지판>


 

 

좋은 길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사실 쉽지 않습니다. 길을 만들 때는 도자기 빚듯 정말 혼을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10번, 20번 걸어서 그 중 한, 두 개를 선택해서 길을 만듭니다. 그만큼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 많이 걷습니다. 이 길 하나 만들기 위해서 스무 번 이상을 걷습니다. 오늘 온 이곳도 그냥 걷게 된 길이 아니라 모든 샛길을 걸어보고 길이 어떻게 연결되어 어디서 끝이 나는지 확인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 장소로 이어서 걷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어떤 한 코스가 좋다고 그냥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길 앞 50km까지 보고 만듭니다. 



힘들어도 자꾸만 걷게 하는 도보여행의 매력이 있다면?


산은 정상이라는 경계가 있죠. 하지만 길은 경계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저 수평적으로 걷습니다. 자기 마음속으로 어디까지 갈지를 정하면 그만입니다. 걷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편히 쉬었다가도 그만인 것이 걷기의 매력입니다. 



초보 도보여행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하천이나 평지를 걸을 때는 운동화가 좋고요. 삼남길이나 제주 올레 같은 길을 걸을 때는 트레일 워킹화나 경등산화 등이 좋습니다. 산길이나 흙길 같은 곳도 많이 가게 되는데 방수 기능이 있는 신발을 고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옷은 면보다는 등산복장이 가장 좋은데 땀 흡수가 잘되고 가볍기 때문이죠. 


옛날에 한양에 과거 보러 갈 때 눈썹도 뽑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먼길을 갈 때는 가볍게 하고 가라는 것이죠. 도보여행시 가지고 갈까 말까 고민되는 물건들은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필요 없기 마련이거든요. 



로드플래너로서 최종적 목표가 있다면?


일단 삼남길을 해남에서 제주도 관덕정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입니다. 서울까지 연결되는 길을 내년 6월까지 만들 예정입니다. 서울까지 삼남길을 개통 한 후에는 이 길을 의주로로 해서 임진강까지 연결할 생각입니다. 통일 후에는 북한 쪽의 길도 개척해 나가야죠. 나중에 우리 후손들은 산티아고까지 중국을 통해 걸어서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제가 처음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렇게 최종 목표까지 바라보고 걸었습니다. 지역과 지역을 넘어서 그리    고 국가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길. 100년 후에도 이 길 위를 사람들이 걷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길은 단지 대한민국 사람들만이 걷기 위해 만드는 길이 아니라 모든 지구인들을 상대로 만든다고 말하곤 합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길은 영원한 거니까요. 




정책공감




 

출처 : 정책공감 - 소통하는 정부대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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