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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매일경제 2014.06.11 `삼남길 관련 기사`] 쉬~ `길의 속살` 보이나요

코리아트레일 2014. 6. 12. 09:18



 

천리길 구비구비마다 역사·문화 듬뿍

 

■ `삼남길 트레킹코스` 걸어보니…

손성일 아름다운 도보여행 대표가 삼남길 경기구간 제3코스로 백운호수 입구부터 시작되는 모락산길을 걷고 있다. [김호영 기자]
"트레킹은 `길의 속살`을 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낮 온도가 섭씨 30도를 가리켰던 5월 31일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역 부근 트레킹 코스인 인덕원길 초입에 국내 최초 `로드 플래너` 손성일 씨가 들어섰다. 기자와 인사를 하자마자 그는 트레킹의 정의부터 내렸다. 사실 인덕원길은 그가 개척 중인 `속살`의 일부다. 손씨는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 대표로서 현재 `삼남길`이라는 트레킹 코스를 개척하고 있다. 개척단 대장인 셈이다.

삼남길은 조선시대 10대 대로 중 가장 긴 삼남대로에서 유래한 길이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을 시작으로 전남 강진과 나주, 전북 완주와 익산, 충남 논산과 천안 등을 거쳐 서울 숭례문에 이르기까지 그 길이가 무려 1000리(390㎞)에 달한다. 경기도 지역에선 수원과 평택, 남태령 등지를 지난다. 손 대장이 2008년 11월 개척하기 시작한 이 삼남길은 현재 전남 구간 14개 코스(235㎞)와 경기 구간 10개 코스(90㎞)가 완성된 상태다. 이달 말에는 140㎞에 이르는 충남 구간 10개 코스도 완성된다. 이어 내년에 전북 구간 100㎞ 코스까지 개척되면 삼남길 전 구간이 완벽히 탄생한다. 길 개척에는 아웃도어 업체 코오롱스포츠의 후원도 따랐다. 손 대장은 "트레킹 코스를 개척하는 데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며 "기업(코오롱스포츠)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보 인생`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국토순례에 도전했다. 90일간 총 2200㎞를 걸으면서 스스로 치유됨을 느꼈다고 한다.

이어진 그의 도전은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일반적으로 한 달간 1개 코스 800㎞를 걷는 이 길을 그는 석 달 동안 5개 코스 1800㎞로 걸었다. 이 과정에서 손 대장은 한국에서 걸었던 길과 산티아고에서 걸었던 자연친화적 길을 자연스레 비교하게 됐다. 한국에도 이런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생각이 구체화된 게 바로 삼남길이다. 손 대장은 삼남대로에 걷기 좋은 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삼남대로를 그대로 따라걷기에는 길 대부분이 국도로 덮여 있어 옛길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삼남대로 주변의 옛길과 숲길, 해안길 등을 개척해 도보여행에 최적화된 길을 만들기로 했다. 이날 손 대장은 삼남길의 경기구간 제2코스인 안양시 인덕원길과 제3코스인 의왕시 모락산길까지 기자와 함께 걸었다. 인덕원길은 인덕원 옛터에서 백운호수 입구까지 이르는 구간으로 길이가 총 3.5㎞다. 수도권 지하철 인덕원역 출구에서 곧장 시작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도심에서 한 발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코스다.

조선시대 관리들이 묵었다는 인덕원터로부터 20여 m를 걷자 본격적인 인덕원길이 시작됐다. 학의천을 따라 걷는 이 코스는 삼남대로와는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해 있었다. 원래 삼남대로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 왕복 12차선 도로여서 방향을 조금 틀어 학의천을 따라가 봤다.

길을 걸으며 손 대장은 트레킹에 대해 많은 조언을 줬다. 일반인들이 트레킹할 때 주의할 점부터 언급했다. 손 대장은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는 도보 여행을 삼가는 게 좋다"며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혹시 모를 긴급상황에 대비해 휴대폰이나 호루라기는 반드시 몸에 지니고 트레킹을 해야 한다"며 "길을 잃으면 그전에 봤던 표지판으로 되돌아가 다시 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의천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쯤 걷다 보니 어느새 인덕원길 종점인 의왕시 백운호수에 다다랐다. 경기구간의 제3길인 모락산길의 시작이다.

모락산길은 백운호수 입구에서 수원시 장안구 지지대비(조선시대 건립된 비석)에까지 이르는 길이다.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이들이 걷던 길이란다.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묘역을 지나 모락산 동쪽으로도 이어진다.

백운호수에 떠다니는 보트를 보며 발걸음을 옮기자 숲길이 나타났다. 숲길에선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조차 전혀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시원하고 발을 편하게 해주는 숲길ㆍ흙길 역시 손 대장이 길을 개척할 때 중요시하는 사안이다.

자연을 마주하는 길을 걸을 땐 이를 잘 보전하는 것도 트레킹 도전자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손 대장은 "길 주변 마을의 농작물에는 일절 손대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숲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자 임영대군 묘역이 나타났다. 손 대장은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길,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길을 만드는 게 삼남길 개척의 또 다른 목표"라며 "길에는 역사뿐 아니라 그 길 근처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문화까지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임영대군 이야기를 듣고 숲길을 따라가자 이번에는 `오매기 마을`이란 곳이 나타났다. 150년은 족히 된 듯한 담벼락이 그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마을길을 따라 열린 오디를 따먹자니 어느새 허기가 밀려왔다. 기자 마음을 간파했는지 손 대장도 "식사나 하고 가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이 제안에 손 대장의 길 개척 조건이 하나 더 담겨 있었다. 그는 "길을 따라 걷다가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보고 마을 사람들과 대화하는 건 또 다른 재미"라며 "맛집이나 숙박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트레킹 코스로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길 주변 지역경제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자 손 대장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모락산길을 다 걸어보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표정을 짓자 손 대장은 "등산과 트레킹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등산은 한번 올라가면 정상에 도달해야 하고 올라간 길을 다시 내려와야 하지만 트레킹은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이날 손 대장과 기자가 걸었던 모든 길에는 언제든 다시 도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지나고 있었다. 힘닿는 데까지 걷다가 쉬고 싶으면 언제든지 내려놓을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트레킹의 매력이다.

한 가지 더. 길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 담긴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트레킹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안양·의왕 = 조성호 기자]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874726 

 

 

 

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삼남길
글쓴이 : 사)아름다운도보여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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