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일 자유게시판

[스크랩] 10년동안 길을 만들어 왔다 – (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손성일 대표

코리아트레일 2017. 12. 1. 09:46





10년동안 길을 만들어 왔다 

(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손성일 대표

로드프레스 기사 원문 바로 보기 클릭 손성일 정보 보기

우리나라에도 장거리 트레일이 있을까?

이제 막 시작한 코리아둘레길은 한반도의 겉을 도는 길이다. 기존에 있던 길을 이어가는 느낌이다. 물론 평화누리길을 통해 강화, 김포에서 고성까지 잇는다고 하지만 그것도 4면의 윗변일 따름이다. 

그렇게 내륙을 관통하는 트레일에 대해 조사하던 중 (구)삼남길, 코리아트레일을 알게 되었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임진각까지 약 700km를 아우르는 그 거대한 길을 걷고 또 걸어 만들어 낸 사람, 온전히 자신의 힘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10년에 걸쳐 그 길을 만들어 오고 있는 (사)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손성일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길을 만드는 이답게 만나는 장소도 길 위였다.

<표식에 쓰이는 초록색은 숲, 황토색은 흙길을 의미한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걷고자 하는 바램이다.>

코리아트레일의 표식을 위해 난지캠핑장에서 작업을 하는 그를 찾았다. 찾아간 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성 페인트 통이다.

“썩지 않는 방부목과 플라스틱으로 이정표를 설치하는 것은 가격도 비싸고 자연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다른 이들은 유지관리에 수십억을 쓴다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수성 페인트이니 혹여 길이 바뀌거나 한다 해도 지우기도 쉽고요.  자연스레 지워지면 다시 그리면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두 시간 가까이 행주산성까지 걸었다. 

<충청도에서부터 서울까지 표식 작업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 분과 구간을 걷는 두 명의 회원이 같이 길을 나섰다.>

뜨거운 잔치국수로 추위를 날리고 이야기를 더 나누기 위해 홍대로 이동했다.

맥주 한 잔과 치킨 한 마리를 놓고 나눈 대화는 처음에 계획했던 코리아트레일에 대한 정보, 길 위의 풍경을 떠나 현재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는 다양한 길에 대해 냉철하게 바라보고 올바른 도보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외침으로 번졌다.

(사)사색의 향기 도보여행 회장 김성헌 님까지 더해져 때로는 격정을, 그 격정을 뛰어넘는 열정을 나눈 인터뷰를 소개한다.

*이하 로드프레스는 ‘ROAD’, 손성일 대표는 ‘손’, 김성헌 회장은 ‘김’으로 표기한다.

*손성일 대표의 걷기 프로필

  • 1987년 지리산 종주를 시작으로 400여회 등산 

  • 2002년 백두대간(1,000km) 및 한남정맥(250km) 종주(2002년~2006년)

  • 2006년 08월 서울~홍천 백패킹 120km 도보

  • 2006년 09월 임진각~고성~부산~목포~서울~제주 90일 백패킹 2,200km 도보

   1km에 100원씩 1,327,124원 모금하여 기부/ 10년 동안 카페, 개인 3,300만원 기부

  • 2007년 07월 동해안 백패킹 266km 도보

  • 2007년 08월 섬진강 백패킹 218km 도보

  • 2007년 07월 서울 경계 도보 코스 제안(현재 서울둘레길)  

  • 2007년 09월 스페인 산티아고 5개 코스 70일 1,800km 도보

  • 2008년 04월 영남대로 450km 백패킹 도보 

  • 2008년 10월 삼남대로 460km 백패킹 도보 

  • 2006~2017년 국내/외 40,000km 도보 기록 

  • 2008년 04월 다음 도보 카페 “아름다운 도보여행” 개설 운영. 현재 회원 27,000명

  • 2008년 11월 해남 땅끝~서울 도보여행 코스 “코리아트레일(구 삼남길)” 개척 중 

  • 2008년 05월 서울성곽종주 코스 표지판 제작 300개 설치(현재 한양도성)

   카페 자체 서울성곽인증서, 도보 여권, 명찰 제작하여 운영 사용 중

  • 2009년 4~6월 문화체육관광부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생태 탐방로”심사위원 

   도보자 여권, 스탬프 제안하여 현재 전국 문체부 지정 탐방로에서 시행중 

   청와대 춘추관 도보여행 코스 숙박 시설 자문 회의 참가

  • 2009년 05월 종로구청 의뢰 서울 성곽 코스 조사 지도 제작 및 스탬프 제안  

  • 2009년 07월 삼남길 해남 구간 개통식

  • 2009년 08월 강진군 “스토리가 있는 문화 생태 탐방로” 조사 및 자문위원 

  • 2009년 09월 하동군 “박경리 토지길” 조사 및 자문위원

  • 2009년 10월 영덕”불루로드” 조사 및 자문

  • 2009년 11월 코오롱스포츠 의류 및 장비 후원 약정  

  • 2010년 10월 코오롱스포츠 삼남길 기부금 및 의류, 장비 후원 약정

  • 2010년 10월 “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 (09년12월 출판사 계약) 책 출판

  • 2010년 10월 서울특별시 걷기 좋은 길 조성 자문위원

  • 2010년 11월 경기도 평화누리길 사진 공모전 심사위원

  • 2010년 12월 전라남도 영광군 생태 탐방로 조사 및 자문

  • 2011년 01월 충청남도 서산시 아라메길 조사 및 자문

  • 2011년 02월 농촌진흥청 그린로드 자문위원

  • 2011년 05월 서울 생태문화길 110선 리본 부착을 제안하여 리본달기와 현장 조사

  • 2011년 04월 사단법인“아름다운 도보여행” 설립 및 이사장 취임

  • 2011년 07월 삼남길 강진군 4코스 개통

  • 2011년 07월 “서울시 사계절 걷고 싶은 길 110” (11년02월 출판사 계약) 책 출판 

  • 2011년 08월 서울시 걷고 싶은 생태문화길 110선외 52개 추가 노선 심사위원 

  • 2011년 05월~09월 KBS2 TV “테마여행 길을 걷다” 코스 자문위원

  • 2011년 09월~10월 산티아고 북쪽길 600km 도보

  • 2012년 03월~2017년02월 홍콩트레일, 란타우트레일 등 홍콩 400km 도보 

  • 2012년 03월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 기획재정부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

  • 2012년 02월 충청남도 내포문화 숲길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

  • 2012년 03월 서울시정 연구원 도보 관련 전문가 자문 

  • 2012년 04월 삼남길 전남 구간 14코스 238km 개통

  • 2012년 05월 한국수자원공사 호수 둘레길 전문가 강연 및 자문

  • 2012년 05월 경기관광공사 파주 임진각 생태탐방로 자문

  • 2012년 05월 한국수자원공사 경상북도,경기도 5개 댐 호수둘레길 개척 및 자문 

  • 2012년 05월 서울시 걷고 싶은 길 마스터플랜 전문가 자문위원

  • 2012년 06월 서울시 걷고 싶은 생태문화길 110선외 52개 추가 노선 심사위원 

– 사)아름다운도보여행, 경기도,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 경기문화재단,

   코오롱스포츠 MOU체결(2012년 5월)

  • 2012년 06월~2017년 일본 북알프스 트레일 코스 등 일본 30회 500km 도보

  • 2012년 07월 삼남길 경기 구간 7개 단체 협약식

   사)아름다운도보여행,경기도,수원시,화성시,오산시,경기문화재단,코오롱스포츠 협약식

  • 2012년 09월 서울시 걷기 좋은 길 42개 코스 심사위원

  • 2012년 10월 삼남길 수원,오산,화성시 3개시 구간 35km 개통

  • 2013년 05월 삼남길 경기 전 구간 90km 개통

  • 2013년 05월 월간 Mountain 100대 명품 트레일 선정위원 

  • 2013년 05월~10월 의주길 경기 구간 1,500km 개척 조사

  • 2013년 09월 의주길 경기도,고양시,파주시,경기문화재단,사)아름다운도보여행 

   개통 협약식 체결

  • 2013년 11월 인천 쇠둘레길 자문

  • 2013년 12월 서울시 걷고싶은길 이름 공모 심사위원장 -“서울 두드림길” 선정

  • 2013년 10월 의주길 경기 구간 53km 개통

  • 2014년 06월 삼남길 충남 구간 140km 개통

  • 2014년 06월 경기도 의왕누리길 자문

  • 2014년 11월 스페인 산티아고 200km 도보

  • 2015년 03월 해안누리길 심사위원

  • 2015년 04월 경기도청 경기둘레길 600km 제안 

  • 2015년 05월 서울둘레길 관리 위탁 업체 선정 심사위원(한국트레킹지원센터 선정)

  • 2015년 05월 삼남길 전북 구간 120km 개통

  • 2015년 07월~8월 해양문화재단 입찰 해안누리길 47개 코스 1,000km 현장 조사

  • 2015년 10월 코리아트레일(구 삼남길) 600km 백패킹 종주

  • 2015년 10월 서울 걷자 페스티벌 자문위원

  • 2016년 05월 “걷는 도시,서울” 시민 위원 33인 선정 위촉위원

  • 2016년 10월 서울 걷자 페스티벌 자문위원

  • 2016년 10월 스페인 산티아고 200km 도보

  • 2017년 07월~10월 경기도 평화누리길 192km 자문 및 대체 코스 조사 

  • 2017년 11월~12월 전국 걷기여행길 모니터링 조사 중


 

ROAD : 제일 먼저 해야하는 질문을 한참을 골랐다. 결국 ‘손성일’이란 사람을 인터뷰 하게 되면서는 아무래도 이 질문이 제일 어울릴 것 같다. 어쩌다가 ‘길’에 빠져들게 되었는가?

손 : 원래는 산을 20년 정도 탈 정도로 좋아했다. 프리챌에서 제일 큰 등산 동호회도 만들었고.

그렇게 산을 좋아하다가 우연히 산티아고에 관련된 책을 보았다. 이런 여행도 있구나 싶었다. 마침 당시 우울증도 있고 삶에 지쳐갈 때 쯤이라 미련없이 사표를 냈다.

회사에서도 꽤 인정을 받았던지라 당시 사장님이 ‘무슨일이냐’ 하여 ‘여행을 해야겠다.’고 했다. 그러니 사장님이 한달을 휴가를 줄테니 갔다오라고 하더라. 거기에 내가 한 말이 ‘한 달은 안되고 1년은 걸어야겠습니다.’였다. 그래서 그때 사장님이 지방발령을 내 주면서 편의를 봐주시고 고어텍스 한 벌을 사주셨다.

ROAD : 그래서 곧장 산티아고로 떠나게 된 것인가?

손 : 외국을 걷기전에 우리나라를 먼저 걸어보자 생각했다.

당시 보통 해남에서 서울을 올라오던가 부산에서 서울로 걷던가 해남에서 강원도 고성을 걷는 길 등이 있었는데 당시 한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를 한 바퀴 다 걸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상에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일본사람이! 그때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걸 해야겠다 싶었다.

당시 장비를 살려니 돈도 많이 들고, 제안서를 여기저기 50여 군데 보내니 ‘솔트렉’이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와 배낭을 지원해 준다고 했다. 찾아가니 장비도 많아 이것저것 이야기 하고 고르다가 50여만원 어치를 받아오게 되었다. 그때 받은 배낭으로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모든 길과 종주 등 다해 2,200km와 산티아고 길 까지 총 5,000km를 걸었고 아직도 그 배낭은 모셔져 있다.

여하간 2007년 9월에 산티아고길을 걷게 되는데 난 그 때 이미 우리나라를 2,200km나 걸은 경험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거의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데 길이 너무 좋은 것이다. ‘이게 길이구나, 내가 여태 도로따라 걷는 미친짓, 뻘짓을 했구나’ 싶더라. 얼마나 위험하게 의미없는 길을 걸었던가 싶었다.

그 와중에 순례길에서 만난 한 한국인이 ‘제주도에도 이런 길이 생겼다, 한 사람이 작년에 산티아고길을 걷고 만들었다’고 말하더라.

이미 머릿속에서 대동여지도의 영남대로 삼남대로 등 10대 대로를 떠올리며 이정표 모양 등을 구상을 하는 중이어서 더 반가웠다.

ROAD : 산티아고순례길에서 모든 스케치를 시작한 셈이다. 그런데 코리아트레일을 보면 해남군에서 시작한다. 영남대로 등 경상도 지방에서 시작하는 길도 있는데 해남군을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손 : 2008년도 4월달에 부산부터 출발했다. 그런데 영남대로는 대부분 도로더라. 문경새재를 제외하고 전에 내가 도로를 따라 걸었던 그대로인 것이다. 이건 안되겠다 싶었다.

산티아고를 걸을 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땅끝이라는 피니스테라까지 다 걸었었다. 그래 나도 땅끝까지 가자! 그렇게 해남을 가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라남도는 도시화에서는 확실히 훌쩍 떨어진 곳이다. 아직 개발이 안되었다고 해야하나. 누릿재, 갈재 등 옛길이 여러 곳 남아있더라.

영남, 삼남 다 걸어보았지만 옛길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산티아고 같은 길을 만들려면 옛길만 찾아서는 안되겠구나. 그럼 퓨전으로 만들자, 지금의 시대에 맞게 옛길을 바탕으로 하되 반경 5km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좋은 길을 이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2008년 11월 27일  아도행 회원 6명과 강진 석문공원에 가서 1만원짜리 텐트를 치고 일주일동안 자면서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여러 수정과 조사를 거쳐 나중에 다시 해남에 가서 길을 찾았다. 정말 길을 찾아서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당시 10,000km 이상 길을 조사했다.

ROAD : 그렇게 삼남길을 만들어가는 시점이 이제 제주올레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막 길 여행 문화가 생겨나는 시점이다.

손 : 그때 문광부에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를 만들면서 거기에 삼남대로가 들어가 있어 삼남길을 만들고 있는 나에게도 연락이 왔다.

이후 3개월동안 심사위원을 하면서 다양한 길을 걷고 만들고 코스를 자문해주었다. 

강진의 다산유배길, 다산 유배길은 대부분은 제가 조사해 다시 연결한 길이고…

하동군의 박경리 토지길, 영덕 블루로드 등의 길들이 그 때 걷고 만나고 자문한 길들이다.

이후 길에 대한 가치관과 목표에 있어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어 심사위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난 옛 것을 살리되 그대로는 못 살리니 정신을 살리고 길의 중간중간에 우리 고유의 문화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문화재가 있으면 그 곳을 엮어 만들어 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난 삼남길을 계속 만들어갔다.

ROAD : 개인이 아무런 지원 없이 그렇게 길을 만들었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 지금의 길들만 해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나?

손 : 난 당시 퇴직금과 적금 등 7천만원을 길을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것도 모자라 주택부금을 깨고 차를 팔고 하던 시점이었다. 옷 만원짜리 입고 다니던 때였다.

그때 코오롱스포츠에서 후원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와서  찾아가니 우리나라 최초로 트레일워킹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제품 등 자문을 해주고 그날부터 개인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 1년간 후원을 계속 받으면서 이렇게 트레일 제품만 만들지 말고 같이 도보문화를 만들어보자 해서 ‘삼남길개척단’을 만들었다. 이후 2015년 초까지 개척비 후원을 받아서 삼남길을 만들었다.

코오롱스포츠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코리아트레일 표식을 그리는 손성인 대표>

ROAD : 처음 만났을 때 코리아트레일 표식을 하고 계셨다. 기나긴 구간의 트레일을 유지보수하는데 들어가는 노력,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손 : 자원봉사자분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유지보수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수성페인트로 표식을 하고 있어 환경친화적이면서 인식하기도 쉽다. 비용도 굉장히 저렴하다. 1년 전체를 봐도 약 4~5천만원 정도면 표식에 대한 유지보수, 관리가 충분하다.

거리가 길어서 많은 자원봉사자분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길을 버려둘 수 없다.

ROAD :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 길이 전국적으로도 상당히 많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지 어떻게 보면 숙박시설, 교통연계와 더불어 현실적으로 길 여행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데.

손 : ○○사△△길을 갔더니 안내판이 있더라. ‘여기는 위험하니 전화하고 가라, 여기는 물을 건너서 위험하니 조심하라’. 이런 길은 처음부터 다른 곳으로 연결하면 좋다. 위험하게 물을 건너고 바위를 오르는 길이 생태탐방로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게 2코스였다.

3코스는 더 심하다. 이정표가 전혀 없다.

○○사는 매우 유명한 절이지 않나? ○○사를 통과해서 가게 되어있는 길인데 ○○사에 계신 분들이 거기는 길이 없다고 하더라. 사람이 가는 길이 없다고. ○○사 스님들이 ○○사 인근에 대해서 가장 잘 아시는 분들 아닌가. 그 사람들이 거긴 길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우린 램블러 지도를 보여주며 있다! 하고 갔다. 그런데 실제로 길이 없더라.

산이 왠만큼 험해야지, 내가 길 찾는 사람인데 그 깎아지른 산을 넘어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여기를 걸으라고? GPS 지도는 이어져있었다.

그렇게 아예 길이 없는 것도 문제인 반면 어느 지자체가 내세우는 길을 가 봤는데 그 아름다운 옛길, 산길을 수십억 예산을 들여서 나무데크를 쫘악 깔아놨더라. 그 길을 걸으면서 나무데크 위에서 사람을 딱 한 사람 봤다. 그것도 마을 주민인지 그 길을 걷기위해 온 분인지 알 수 없다.

김 : 그런 길이 전국에 부지기수이다.

손 : 생태탐방로라 해서 갔더니 생태탐방로는 무슨, 완전히 등산도 그런 등산이 없다. 너무 위험하고 절벽에 난간도 없고.

여기서 사고가 안나면 다행이다 싶은데 어쩐지 하루 내내 걷는 사람이 없더라. 그 생태탐방로를 힘들게 오르려는데 마을 주민이 차를 끌고 우리 뒤를 쫓아와서 우리가 입구에 세워둔 차의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해 왔다. 거긴 위험하다고, 거기 이름 바꿔야 한다고. 생태탐방로로 하면 안된다고.

길 사업이란 것이 가장 표나기 좋은 사업이고 임기동안 만들기 좋은 사업이다. 그래서 대부분 조경업자나 건축업자가 입찰로 길을 만든다. 포크레인으로 길을 만들고 벤치 깔고. 생태탐방로도 1년에 100억 예산 들어간 사업이다.

장성 갈재 , 영암 누릿재 얼마나 걷기 좋은 옛길인가. 전국의 그런 좋은 길들을 포크레인으로 다 까고 판석 깔고 정자 만들고…그 돈이 너무 아깝다.

◇◇길도 처음 갔을때 너무 좋은 길이었다. 내 마음에 우리나라 10대 비경중 하나로 남아있다.  이번에 다시 갔더니 돈을 엄청 들여서 데크를 깔고 완전히 바뀌었더라. 예산을 쓰더라도 위험한 곳이나 꼭 필요한곳에 난간과 이정표 등을 설치하면 좋은데 왜 필요 없는 곳에도 과도하게 에산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숲길과 흙길을 걷고 싶어서 그 길에 가는 것인데 가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길에 대한 열정을 토하면서 답답한 현실을 맥주 한 잔으로 녹이는 손성일 대표>

ROAD : 길이라는 것이 일종의 치적, 보여주기식 행정, 돈이 되는 관광산업의  일환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

손 : 돈이되는 산업이라는 것도 맞는데 실제로 길을 관리하는 사단법인은 거의 수익이 안나는 게 현실이다.

이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접근법이 잘못 되었다. 우리보다 수십년 먼저 시작한 외국같은 경우를 보라. 스탬프를 찍거나 길 여행 패스포트, 지도를 대부분 유료이고 완주증도 일정 기부금을 받고 발급 한다.

ROAD : 산티아고도 그렇다.

손 :  우리나라는 지자체에서 만든 길을 완주하면 뱃지나 완주증을 공짜로 준다. 지도도 공짜. 다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경우도 많다. 현실이 이렇다.

 사단법인은 그런 것 하나 하나 만들어서 팔아야 수익이 나고  수익과 기부로 길에 대한 유지보수에 쓰는데 사람들은 와서 걷는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왜 돈 주고 그런 것을 사느냐고 오히려 화를 내는분도 있다 .

우리나라 도보 문화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걸으면서 그 길을 만들고 내어준 지역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기부를 하는게 아니라 완주에 대한 선물을 달라고 한다.

물론 도보 코스에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으니 길을 걷는 것은 무료다. 하지만 길을 만들고 관리하는데엔 인력과 돈이 필요하다. 열정만으로 직원 급여를 줄 수도 없고 물품을 구입 할 수도 없다. 코리아트레일만 해도 그렇다.

국가 예산 지원 없이 사단법인에서 관리하는 길들이 대부분 관리 운영이 어렵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만들고 관리하는 전국의 길 마다 수억 수십억의 유지보수 예산이 있는데 이 돈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것일까? 어느 길은 표지판을 따라 가는데 거대한 아파트 공사장이 나오더라. 길이 아예 끊겨있었다.

길 전문 단체가 아닌 곳에 유지 보수를 맡기는 지자체도 많다.

길과 관련 없는 단체가 관리 운영하는 곳은 길 예산이 그 단체의 수익 사업 중 하나 일뿐이고 전담 직원들도 다른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ROAD : 그렇게 열정적으로 만든 길, 유지보수도 큰 문제이지만 그 길을 알리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도 굉장히 힘들 것 같다. 거대한 트레일, 국토를 종단하는 트레일을 10년에 걸쳐 완성시켰는데 어떻게 알릴 생각인가.

손 : 현재 코리아트레일이 예전 삼남길에서 바뀐 이후로는 크게 알려지지 못했다.

이제 알려야 한다. 현재 코리아트레일 앱도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내년 4월 임진강역까지 모바일 스탬프와 표식 등을 완성시킬 것이다.

그리고 백패킹 프로그램, 트레킹대회, 트레일러닝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코리아트레일의 존재와 가치를 알려나갈 생각이다.

내년에 6대륙을 걷는 월드 트레일을 시작하려는 것도 내가 전 세계를 걸어 이슈가되면 이 길이 알려지고 더 활성화가 될 수 있을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ROAD : 방금 말한 월드 트레일의 일환으로 지난 10월에 부탄을 가기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무산된 것으로 아는데 그 이야기도 듣고 싶다.

손 : 이전에 부탄을 세 번 갔다왔는데 올해가 한 – 부탄 수교 30주년이다. 그래서 기념할 만한 것을 무언가 세우기 위해서, 월드 트레일을 본격적으로 가기 전에 그 큰 걸음을 알리기 위해 생각했다.

네팔은 한국인이 1년에 3만명이 오는데 부탄은 1천명이 온다고 한다. 아주 작은 나라다. 게다가 부탄에 입국하면 체제비로 하루에 100달러, 성수기엔 250달러를 내야 한다. 그렇다 해도 여기 길이 너무 예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여기를 횡단해야겠다 싶어서 이야기를 하고 부탄 관광청에 협조를 구하니 비행기표는 지원을 못하더라도 체제비는 면제해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나 혼자 걷기엔 또 의미가 없어서 예전 3번 부탄을 찾았을때 많은 도움을 준 현지 가이드 ‘남카’와 같이 걷고 싶다고 했다. 부탄 현지인과 같이 걸으면 재미있겠다 싶어 페이스북에 올리니 ‘걸어서 세계속으로’ pd님이 연락이 왔다.

2달동안 회의를 거쳐 다양한 이야기를 더하기 위해 슈퍼스타K 참가자와 여행작가와 함께 걷기로 하는 기획을 다 짰는데 9월 초에 방송국 파업이 시작되어 올스톱이 되어버렸다. 2달간 6천만원의 예산이 세워졌었다. 2부작으로. 그게 뭐 다 무산되어버렸다.

앞으로 월드트레일도 구간마다 조금씩 촬영해 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이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게 되었다.

ROAD : 월드 트레일이라는 거대한 길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손 : 5대양 6대주라 하지않나. 내가 찾아보니 아직 6개 대륙을 모두 걸은 사람이나 도전한 사람이 없더라.

그 실크로드를 걸은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 할아버지도 4년간 릴레이로 12,000km를 걸었지 않나. 난 정말로 해남 땅끝에서 중국 실크로드를 거쳐 유럽으로 걸을 생각이었다. 15~20년의 여정을 생각하고 있다.

내년 48세에 출발하면 베르나르 올리비에 할아버지가 62세때 출발했으니 난 그보다 14년을 먼저 출발하는 셈이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코오롱스포츠에도 월드트레일 후원을 문의하니 장비를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매년 3개월에서 6개월씩 그렇게 월드 트레일을 걸을 생각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임진각에서 신의주를 지나 중국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 북한의 400km구간을 결국 못가 전체를 못 걸었으면 어떡하나 생각도 해 보았다. 그래서 그렇게 된다면 신의주가 보이는 압록강에서 성명서를 내려 한다.

비록 지금은 못가지만 우리의 후손들은 자유롭게 걷는 날을 꿈꾸며 기다린다는…

김 : 그건 김정은이 해야지 하하하하. 손대장이 삼남길, 코리아트레일을 한다고 많이 고생했다. ‘아름다운 도보여행’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서도 약간은 시간을 더 배려치 못하게 되고. 그래도 내가 가서 보면 ‘아름다운 도보여행’ 회원들이 길에 대한 관심도 높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 대단한 법인을 이끌면서 모든것을 해 나가려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길에 대한 유지관리부터 현실적인 길의 문제 등 모든게 로드프레스를 통해 솔직하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면 지금까지 길을 만들어왔다면 그 다음은 관리인데 이 관리에서 아무도 관심이 없다. 언론에서 이야기를 꼭 해줘야 한다. 그래야 관심이 쏠리고 지켜보니 유지관리가 될 것이다.

손 : 만드는 것이 1%면 유지관리가 99%다. 길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 길은 분명히 남아있다. 그렇다면 그 길에 생명력을 주는 것은 관리이다. 국회에서도 길을 관리하는 조례를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 사단법인에서 길을 만들고 유지관리 하는게 힘들다보니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행정적인 부분이나 여러 현실적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데 수익사업도 수익사업이지만 우리나라 걷기문화에서는 정말로 길을 통한 기부문화가 많이 부족하다. 

김 : 손대장 의견 중 제일 마음에 드는게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그 길에 대해서 기부를 하라는 것이다. 이용자가 이용하면 이용료를 내야 한다. 손대장도 1km에 100원씩 기부했는데 우리가 1km를 걸으며 100원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가지 않는가.

손 :  그 길이 좋고 그 길이 남아있길 원한다면 꼭 바뀌어야 하는 의식구조이다. 우리가 좋은 길을 걸으면 또 걷고 싶지 않는가. 계속 걷고 싶고 알려졌으면 싶다면 유지관리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김 : 관리주체가 부정확한 부분도 있으니 난감하고. 지속적인 계몽이 필요하다.

손 : 나는 현재 문체부에서 운영하는 걷기여행길 사이트에 각 길마다 간편하게 기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 길을 직접 관리 운영하는 사단법인 단체에 도보여행자들이 보다 쉽고 투명하게 기부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ROAD :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른다. 길의 시작과 끝에 있는 표시판에 QR코드를 설치하여 QR코드를 스캔하면 1,000원씩 기부가 된다던가 하는.

손 : 굉장히 좋은 생각이다. 모두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니까 이런 시스템이라도 국가에서 만들어 줄 수 없을까. 로드프레스도 도보문화 캠페인, 계몽운동을 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김 : 계속 올바른 도보문화를 만들 수 있는 기사를 써달라. 부탁이다.

손 : 좋은 길은 홍보를 해 주고 안 좋은 길은 분명히 문제점을 지적해 주고… 12년째 길을 걸으면서 살고 있는데 앞으로도 도보 문화는 지속 될 것이다.

<죽령옛길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손성일 대장 – 손성일 페이스북>

ROAD : 이제 또 한 가지, 해외의 많은 길을 걸어왔는데 지금 한국에 생긴 여러 길과의 차이에 대해 묻고 싶다. 물론 자연환경이야 당연히 다르겠지만 그 길의 가치나 목표, 걷는 이의 자세에 대해서도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손 : 산티아고 길의 예를 들자. 파울로 코넬료의 소설로 1990년대부터 더 유명해진 길이다.

그러나 그 길 자체는 2천년의 역사를 가진 길이다. 물론 2천년간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옛 길의 모습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산티아고 길은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교회마다 수백년 이상 된 문화재 들이다. 그 세월의 흐름 속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길에 대한 인프라를 빼 놓을 수 없다. 5km, 10km마다 숙소가 있다.

ROAD : 그 숙소란 것이 장거리 하이킹에서는 너무나 중요하다.

손 : 코리아트레일도 안전과 스토리텔링, 인프라를 감안해서 코스를 만들고 구간을 나눈다. 산티아고 길은 역사와 문화, 인프라가 좋고 걷는 사람들이 자연을 존중하고 교감한다.물론 도보여행자들도 성숙한 도보 문화를 지키고 공유하고 있다

김 : 그렇다.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그 길을 걷는 이들을 우대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걷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걷다가 만나는 마을에서도, 마을 사람에게도 녹아있다.

손 : 보통 산티아고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한다. 마을 길을 걸으면 차들이 걷는 이를 배려하며 천천히 가거나 건널 때까지 멈춰서서 기다리더라.

그리고 유지 관리도 잘 되고 있다. 나이 많은 어르신이 자전거 뒤 짐 싣는 곳에 노란 페인트통을 싣고 와서 아름드리 나무에 칠해서 표식을 만들고 있더라. 자신의 마을에 속한 구간을 주민들이 스스로 보수하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던지.

지금도 세계 여러 길들을 걸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코리아트레일에도 우리의 방식으로 접목하고 있다.

ROAD : 직접 이렇게 동호회도 운영하고 많이 걸으시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전반적으로 확실히 문화가 덜 성숙한 부분이 있다.

손 : 기본적인 단어부터 그렇다. ‘하이킹‘이라는 단어를 안 쓴다. 우리나라만 ‘트래킹‘이란 말을 쓴다. 트래킹은 해발 5,000m 이상의 고산을 오르는 것이 트래킹이다.

ROAD : 공감한다. 원래 정석적으로 하이킹이란 단어를 쓰면 오히려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하더라.

자전거를 떠 올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혹여는 뛴다는 개념으로 인식을 하더라. 전세계적으로 길을 걷는 일은 하이킹이고 걷는 이는 하이커인데 기사를 쓰면서도 사람들이 트래킹은 이해해도 하이킹을 이해를 못하니 쓰면서도 힘들었다. 보도자료도 죄다 트래킹으로 나온다.

손 : 트래킹은 흔히 생각하는 히말라야 트래킹 정도라고 봐야한다.

그리고 도보여행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준비 없이 오는분들도 있다.  물론 등산보다 쉽지만 그래도 기본 장비를 갖춰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또, 농작물을 훼손해 코스를 변경하는 경우가 있으니 길에서의 ‘서리 문화’는 버려야 할 전통이다. 하하하하하.

주민이 사는 곳은 조용히 걷는 예의도 필요하다. 농작물을 훼손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걷는 이와 마을 주민들 사이에 당연히 반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산은 정상을 목적으로 하지만 길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걷다 좋으면 며칠씩 쉬어도 가고 목표한 종착지에 도착하지 못해도 실패한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도보 길에서도 마주치면 서로 인사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김 : 아 참, 한 가지 이야기 할 것이 있다. 길을 만드는 데 길이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이 길이 ‘길을 잘 못 만들었어요.’하고 이야기 하는 느낌. 길을 만드는 사람이 그 길을 걷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만드는 것도 참 중요하다고 다시 느낀다.

별 것 아닐지 몰라도 걷는 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조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등산로와 길을 구분 못하는 경우도 있고, 길이라 해서 보면 등산로인데 18km이다. 물론 익숙한 사람은 등산로를 하루에 18km를 다 걸을 수 있겠지. 그래도 그런 길은 구간을 나누어 줘야 한다 중간에 탈출로도 없으면 그냥 온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탈출로가 있다 한 들 연계된 교통이나 있겠는가.

ROAD : 간혹 보면 난감한게 어느 구간이 16km라 치면 걷다보면 16km 산길을 완주하는 데 7~8시간 이상이 걸린다. 지도나 안내 팜플렛에는 약 4시간이라 표기되어 있다. 1시간에 사람이 4km를 걷는다는 단순 계산인 것이다. 그렇게 저녁무렵 완주한들 그 길은 산에서 끝난다. 내려가서 다시 돌아가야할 교통 인프라나 하루 자고 길을 이어갈 숙박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김 : 택시 부르면 오지도 않아. 하하하하하하.

원점 회귀형으로 만들거나 중간중간 구간을 끊어서 만들어야지, 애당초 길 전문가가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냥 있는 길을 잇기만 할 뿐이지.

원칙이 중요하다. 시작과 끝에는 교통이 있어야 한다. 중간에 식사를 할 곳, 없다면 사가야 한다는 안내가 있어야 한다. 소요시간을 계산하는 것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산길을 한 시간에 4키로를 걸으려면 날다시피 걸어야 한다.

외국의 트레일이야 엄청나게 길지만 처음부터 백패킹으로 목적으로 한 길이고 캠핑 사이트도 있고 중간중간 보급처도 있고, 마을로 내려가서 필요한 것을 사거나 쉴 수 있는 정보도 잘 정비되어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길들은 백패킹을 하지 않으면 완주 못할 길들을 만들어 놓고 백패킹 길이라 소개하지도 않는다.

손 : 지금 길들 중 걷기여행에 적합하지 않은 길들도 많다. ○○○생태탐방로를 오전에 걸으려 하니 지역주민이 ‘거기 지금 올라가면 해 지기 전에 못내려온다’고 하더라. 얼마나 험한 길이기에 그러냐 물으니 ‘상(上) 중에 상’이라고 하더라. 하하하하

김 : 얼마나 웃긴 상황도 있냐 하면 표지를 따라 길을 걷다보니 중앙분리대가 있는 4차선 도로가 나오더라. 팻말이 건너편 차도에서 바라봐야 보이게 세워져 있더라. 찻길도 위험한데 표식이라도 가시성이 좋던가. 예전에는 2차선 길이었을 줄 몰라도 바뀌었으면 길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지. 유지관리하려면 담당자가 그 길을 그대로 다 걸어봐야 해.

<(사)사색의 향기 김성헌 회장(左)과 (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손성일 대표(右)>

ROAD : 인터뷰가 굉장히 격랑을 타고 있다. 하하하하.

분위기 쇄신 겸 700km의 코리아트레일 작업을 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간, 아름다웠던 구간을 꼽는다면?

손 : 서울코스는 당연히 자료도 많고 길도 잘 되어 있어서 쉬웠고… 제일 아름다웠던 길은 해남군의 길이었다. 장성군의 갈재, 강진에서 영암군 넘어가는 누릿재도 비경이었고. 지금은 인위적 느낌이 많이 묻어나 아쉽지만.

전라남도 구간이 제일 처음 시작하는 코스이기도 한 만큼 조사할 것도 굉장히 많았고 힘들기도 했다. 총 230km의 구간인데 정말 절반의 노력을 다 가져간 전라남도가 기억에 남는다. 문화재도 참 많고.

ROAD : 길을 그렇게 걸으면서 다양한 도움의 손길도 받았을 것 같다.

손 : 해남군의 모 민박집 사장님이 기억에 남는다.

길을 만들며 가장 중요한 것이 숙식이다. 결국 우리의 돈을 써서 만드는 것인데 예산을 아끼려면 그 먹고 자는 것에서 아껴야 한다. 그 민박집 사장님은 마음 편하게 쉬고 가도록 그대로 방 한켠을 내어 주셨다. 돈이 없으면 내지마라, 있어도 조금만 내라는 생각이셨다. 민박이라 하면 오해할 수 있는데 큰 기와로 만든 한옥집이다.

하루 숙박료가 십수만원에 이르는 곳이다. 그런데도 길을 만드는 열정을 생각해 주셨다.

직접 담근 막걸리도 내어주셨는데 그 맛은 정말 잊지 못한다. 해남에 내려갈 때 마다 인사드리고 신세를 진다.

코리아트레일 앱도 있다.

삼남길을 걸으신 댓츠잇의 박승하 대표님이 재능기부로 코리아트레일 앱을 제작해주셨다. GPS를 통한 모바일 스탬프 등 다양한 기능을 넣어 참 멋지게 만들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ROAD : 이제 긴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 ‘길’을 만들고 또 걸으며 앞으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손 : 다양한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 기획중인 코리아트레일 백패킹 대회의 시작은 남태령에서 출발, 서울시청 광장에서 1박을 한 후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까지 40km를 걸을 생각이다.

그 다음엔 월드트레일 유럽의 시작으로 폴란드에서 출발 해 유럽을 걸을 생각이다.

길을 걸어오면서 자유롭게 12년을 살았다. 언젠가 아내에게 ‘내가 죽으면 등산복을 입고 당신과 결혼했던 남태령 고개에 뿌려달라’고 말을 했다. 죽어서도 길 위에 있고 싶다

앞으로도 더 길을 걸어야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지난 시간이 코리아트레일을 완성해 온 시간이라면 앞으로의 10년은 코리아트레일을 널리 알리고 모두가 걷는 길로 이끌어 올려야 하는 시간이다. 정말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http://www.koreatrail.org/)


 

<코리아트레일의 앰블럼>

어느새 ‘인터뷰’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거니받거니 하며 속내를 털어놓는 ‘취중대담’이 된 자리였다.

귀중한 만남이 끝나고 돌아와 녹음파일을 복기하고 정리, 편집하면서 다시 한 번 ‘길을 만들것이라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길에 대한 열정, 그 열정만큼이나 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만든 그 코리아트레일이 궁금했다.

땅끝에서 시작하여 파주 임진각에 이르는 그 길, 다양한 지역의 풍경과 마을, 전통시장과 문화재가 어우러지는 멋진 트레일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오롯이 다 담아내는 길이리라. 

그의 발걸음이 이 땅의 도보여행 문화를 올바르게 이끌고, 또한 길을 만들고 유지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본보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로드프레스의 인터뷰 요청을 허락, 귀한 시간을 내어 참여해주신 손성일 대표님과 김성헌 회장님에게 지면을 빌어 큰 감사를 드립니다.


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
글쓴이 : 손성일[손성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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