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계획중인 10~11월 부탄 도보 횡단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기 위해서 사전 미팅을 했습니다
부탄 정부의 1일 250달러 감면 협조와 더 많은 후원사가 필요 할거 같습니다.
내년에 출발하는 월드트레일에도 촬영팀과 함께하면 좋겠습니다.8월말까지 촬영 여부가 확정됩니다
부탄과 6대륙 월드트레일 모두 기록이 없는 최초의 도전입니다.검은선이 계획중인 부탄 횡단 노선입니다.
7월부터 9월까지 평화누리길 조사 자문중으로 카페 활동을 자주 못하고 있습니다.
'별마루필름' 다음 프로젝트는
한국인 최초 도보횡단 🚶 여행으로 행복지수(2011년)
1위국가 부탄 🇧🇹을 진행합니다
연출은 스페셜PD 이우석 다큐부분 대표가
( 2번째 스페셜 다큐멘터리 ) 저는 걸어서 세계속으로 🚶
^^*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지의땅부탄 #2번째스페셜다큐멘터리 #도보여행
#전진하라별마루필름 #도보여행가손성일
#연출은스페셜PD이우석 #여행전문PD #행복을찾아서
#우리에게찍히면여행다큐주인공
#부탄도보횡단 #손성일 #별마루 #PD이우석 #PD오성민 #여행전문별마루필름 #도보여행 #부탄왕국 #행복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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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 ‘경제지수가 아닌 행복지수를 구가의 가치로 내세우는 나라', 히말라야의 고산지대 속에 숨어 있는 은둔의 왕국 부탄은 우리나라 면적의 40% 크기에 인구 약 80만 명의 소국이지만 이 땀에 퍼진 행복의 크기는 세계 제일로 평가받는다.
해발고도 2000m 이상, 평균 3000m 고지대의 험준한 산과 산 사이에 작은 도시들이 형성되어 있고 사람들은 산 속의 척박한 땅을 일궈 생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삶을 지탱하고 지켜나갈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바람에 실려 산속 깊은 곳까지 떠다니는 부처님의 말씀과 오로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그들의 왕의 지고지순한 마음과 정신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기에 과거 우리 땅에도 깊이 배어 있었던 사람의 순수함과 자연의 청정함이 지금도 남아 있어 아름다웠던 인생의 단편들을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부탄으로 가는 길, 우리가 가방 속에 가득 챙겨갈 것은 만나야 할 것과 보아야 할 것에 대한 옛 추억들이다.
(GNH·Gross National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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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 국제공항은 전 세계에서 착륙하기 매우 어려운 공항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었다. 항공기가 지나다닐 수 있는 상공과 넓고 긴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해발 2230m의 산골까지에 자리잡고 있는 탓에 항공기가 착륙할 만한 공간이 부족해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가 떠오를 때쯤, 비행기는 어느새 활주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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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얼굴이 한국 사람들의 얼굴과 많이 닮았다는 사실과 환영 인파들이 대부분 남자라는 것. 그리고 모두가 치마를 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돌아봐도 어느 때보다 부탄다웠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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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아든 편안함은 또 다른 곳에서도 전해졌다. 건너 마을 아저씨가 아닌가 싶은 한국인을 닮은 운전사의 얼굴, 낯설지만 급하지도 복잡하지 않은 시내 풍경 그리고 둔탁하지 않은 촌 동네의 아날로그 감성들, 그럼에도 가난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하기만 한 거리. 잠시 스마트폰의 심카드를 바꾸기 위해 작은 가게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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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손에 든 문명의 화려함과 가게 안의 낡은 공기가 뒤섞여 부탄에 대한 호기심을 마구 증폭시켜 놓았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바깥 세상과 부탄을 이어주는 통로, 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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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스승이라는 의미의 ‘구루 린포체’로 불리기도 하는 파드마삼바바는 인도의 탄트라 불교, 즉 밀교를 부탄에 들여왔으며 부탄 사람들은 우리가 단군왕검을 모시듯 그렇게 파드마삼바바를 숭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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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여행의 첫 목적지는 바로 그 신화를 만나러 가는 길. 부탄을 이해하고 여행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지만,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3시간 쯤 산길을 올라야 한다. 등산로 입구에는 등에 안장을 얹은 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도보를 택했다. 그리 거칠지 않은 길에 끊임없이 여행객들과 부탄 남성들의 전통복장인 ‘고’를 입은 가이드들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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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드마삼바바의 신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뛰어난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화를 품고 있는 곳들의 아름다움과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그곳들의 특성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탁상 곰파를 향해 계속해서 산을 오르는 길에 이따금씩 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발 3000미터의 하늘에 매달린, 아슬아슬하다가도 그림처럼 아름답고 또 절묘한 그 모습에서 계속해서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목적지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오자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신의 영역이 시작된 걸까.
마지막 다리를 건너고 사원 앞에 다다르자 무의식적으로 경건해지는 여행자들의 모습, 입가를 떠나지 않는 평화로운 미소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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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사진은 없어도 국왕과 왕비의 사진은 꼭 가지고 있는 부탄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왕가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모습들 때문에라도 부탄의 국왕과 왕가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왕이 살고 있는 집을 구경하거나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국왕의 집무실과 행정기관, 종교기관이 함께 있는 곳은 둘러볼 수 있었다.
타쉬쵸 종이 바로 그곳. 하얀 성벽과 지붕 위 뾰족한 금탑이 웅장하게 서 있는 타쉬쵸 종의 일부 공간이 여행객들에게 공개돼 내부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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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에서는 무척이나 거대한 규모의 타쉬쵸 종에 비해 왠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은 국왕의 거처 앞에서 ‘정말 왕이 사는 집이 맞을까?’ 하는 의문과 알 수 없는 부러움이 함께 몰려들던 순간. 한 나라의 지도자를 사랑할 수 있는 국민만큼 행복한 국민이 또 있을까.
푸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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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잔디 위에 줄지어선 보랏빛 자카란다 나무들이 하얀 성벽의 푸나카 종과 어우러져 화사한 봄날의 향기를 마음껏 피워 내고 있었다. 푸나카 종 아래 모츄 강에서는 여행객들이 그 황홀한 풍경을 만끽하며 래프팅 체험을 즐기고 있었고, 붉은 승복을 훌훌 벗어낸 스님들은 강물에 몸을 담그고 이른 더위를 씻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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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사람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부탄을 통일한 샤브드롱이 푸나카 종을 이 땅 위에 건설하고 보냈을 부탄 역사의 가장 아름다웠던 날들에 잠시 다녀오기라도 한 듯, 부처님의 세상 중에서도 가장 평안하고 여유로운 세상, 부탄 사람들이 그토록 가고자 하는 그 세상을 이곳 스님들의 넉넉하고 인자한 표정과 어느 곳보다도 활기 넘치는 사원의 분위기 속에서 만나고 온 것만 같다.
약 8년 6개월 이상의 건축 기간이 필요했던 이 초르텐은 부탄 전통 건축물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사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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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오밀조밀 무늬를 새긴 계단식 논과 옛날 방식으로 소와 함께 땅을 일구는 농부의 모습, 그 곁에 길을 내고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물이 하나 돼 만들어 내는 풍경에 산을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마저 잊고 만다.
남근을 내놓고 아녀자를 농락했던 기행 때문에 치미 라캉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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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근은 다산을 기원하면서 액운을 쫓아내는 토속 신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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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엄마가 부르던 집 안에서도 늘 비슷한 냄새가 났던 것 같다. 방 안에 음식이 준비됐다. 뚜껑을 닫은 채로 상도 없이 바닥에 늘어놓은 오늘의 요리들. 할머니는 따로 저녁을 들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함께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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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푸나카의 작은 마을에는 이미 정적이 흘렀고 불빛들이 사라졌다. 밤하늘에 별이 초롱초롱 빛을 내고 있었다. 별을 보는 것이 그 밤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반가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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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탕
붐탕은 부탄의 중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팀푸에서 차로 약 1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현재 새롭게 건설 중인 고속도로가 완성되면 소요 시간이 훨씬 짧아질 예정이며 공항이 있어 국내선 항공편으로도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부탄 사람들이 가장 성스러운 지역으로 생각하고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손꼽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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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팀푸에서 떠나 붐탕에 도착한 첫날은 도로 사정으로 여행은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고, 늦은 밤의 붐탕에서 그의 이야기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눈을 떠 창밖을 내다봤다. 눈부시게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한 장의 엽서 같은 풍경은 TV속에서 보아 왔던 히말라야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 붐탕에는 팀푸와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부탄의 모습이 있었다. 조금 더 깊고 진중한 마을, 그래서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빠져들면 중독되고 말 것 같은 곳이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거리와 시간을 핑계로 찾아가지 않는 곳, 붐탕은 그래서 나에게 더욱 특별한 부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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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부탄은 사전에 여행경비를 내야만 비자를 발급해주며 입국이 가능하다. 개인당 1일 200~250달러 비수기 200달러를 내야 하며, 정부는 65달러를 국민의 교육과 복지 등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 로얄티 형식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비용을 지정된 여행사에서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 등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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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겠다. 문자가 백지를 앞으로 앞으로 밀어내며 나아갈 때, 행간이 만들어 내던 고요한 한 순간. 그 순간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부탄의 밀언이 전해지기까지, 몰랐던 것이다.
팀푸 Thimphu
2,300m, 발 딛고 서 본 적 없었던 높이다. 부탄의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인 팀푸는 붐비는 듯하다가도 한가해지고, 도심에 있는 줄 알았다가도 금방 외곽이었다. 길을 따라 펄럭이는 타르초의 색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때야 이것이 완전히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 위에 올려진 시간
딱. 숙인 머리 위로 살짝 닿았던 질랍Zilab이 떨어졌다. 입을 가렸던 손을 풀고 더듬더듬 머리를 문지르고 말았다. 누군가는 영험한 기운에 마음이 저릿저릿 하다는데 아직 모르겠다. 그 순간엔 영 둔탁했던 소리에 찌든 마음을 들킨 것마냥 느껴져 부끄러웠을 따름이다. 부탄에서 제일 오래된 승가대학이라는 데첸포당(Dechen Phodrang)에서의 일이다.
국민의 78%가 불교를 믿는 이 나라에서는 불교에 귀의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적으로 모시는 국사스님이 있을 정도니, 스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높을 테다. 승가대학의 아이들은 오전엔 일반 정규학교의 교육 과정대로 공부하고, 오후에는 불교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난다.
납작한 법전을 내려놓고 글을 읽는 동자승들을 한참 바라보다 승가대학 내부의 사원으로 들어갔다. 아무 표지판이 없어 누가 귀띔해 주지 않았더라면 사원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석가모니상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의아했다. ‘유네스코’가 붙는다면 응당 복작복작한 관광명소를 떠올리게 되는 법이니까. 데첸포당은 그것을 내세우지 않았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심지어 일반인의 출입도 금지하고 있었다. 물론 관광객도 포함이다.
그러니 오랜만의 손님이었을지 모르겠다. 내부의 장식들은 원래의 선명한 색을 잃어버린 지 오래, 창문 몇 개로 깊은 곳의 어둠을 몰아내긴 역부족이었다. 석가모니상은 석가모니상이었다. 접근금지 경고판이나 역사와 의미를 읊어 주는 팻말처럼 옆에서 호들갑을 떨어 주는 안내자가 없으니 더욱 무덤덤했던 것이다. 오히려 ‘부탄에서 꼭 보아야 할 불상’이 아닌 중생을 보살피는 석가모니의 얼굴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중생에게 보시를 받고 이를 통해 수행하여 모든이를 깨닫게 한다는 의미로 발우그릇을 들고 있다. 자애로웠고 그리하여 편안했다. 다른 무엇이 아닌 석가모니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상업의 논리 같은 것은 아무 필요가 없었는지 모를 일이다.
석가모니상이 있는 2층에서 한 층을 더 올라가면 부탄의 국조인 샵뚱 나왕 남갤(Shabdrung Ngawang Namgyel)을 모시는 사원이 나온다. 샵뚱은 부탄에서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다. 16세기 샵뚱의 등장 이후 부탄은 비로소 국가로 거듭난다. 동시에 부탄의 국교인 불교의 전파에도 불교의 수행자였던 샵뚱의 역할이 컸다. 어느 사원에서나 크건 작건 샵뚱을 모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샵뚱의 현존 또한 그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샵뚱은 총 10번 환생해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단다. 중심의 샵뚱 불상 양옆으로 그의 지난 전생의 삶을 표현한 불상이 놓여 있다. 애매한 이야기다. 비과학적인, 미신적인, 멀리는 샤머니즘까지 불러들이는 이야기다. 한동안 오방색에 시달렸던지라 괜한 경계심도 동했다. 자고로 속으며 살아온 도시인의 덕목 중 하나는 불신인 법이니까.
세미 불자로서의 인생 수년째, 인생 첫 번째 법회 참가는 부탄에서 이뤄졌다. 부탄의 5대 로펜(장관급 스님) 중 한 명의 스님이 방문자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열어 준 작은 법회에서다. “옴 마니 반메 훔.” 반가부좌를 하고 진언을 왼다. 함께 외는 진언은 공간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스님은 방문자의 여행을 축복하며 한 명 한 명 손수 관정을 준다. 스님의 스승에게서, 그 스승의 스승에게서 수백년 동안 세대를 이어 전해 내려온 전수품인 질랍을 통해서다. 법력이 높은 장관스님 중 한 분이니 이 전수 행위를 통해 영적 기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숙인 머리에 손가락만한 질랍이 딱. 내려왔다 떨어지는 짧은 순간, 그 순간이었다.
●불행에 대한 기도
넓은 사원 마당을 넘어 입구를 한참 지난 지점까지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굽어진 것까지 감안하면 족히 수 킬로미터는 되지 않을까. 길가에는 과자와 곡식을 묶음으로 파는 상인들이 쪼르륵 앉았다. 시장이라도 선 듯 북적북적한 분위기는 빵리잠빠(Pangri Zampa) 축제 때문이다. 매년 4월에 5일 동안 열리는 축제로 팀푸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자리한 빵리잠빠 사원에서 열린다. 샵뚱 나왕 남갤이 부탄으로 가는 길목에 머물렀다 하여 부탄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 사원이다. 사원 앞뜰에는 샵뚱의 나무 지팡이가 자랐다는 거대한 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축제 기간에는 팀푸는 물론이고 부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날이 바로 마지막 날이다. 불행을 털어 내기 위해서다. 이 날에는 국가적 존경을 받는 스님이 방문객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관정을 주는 행위를 한다. 근심부터 장애까지 나쁜 기운을 없애 주는 의미다.
신체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사람, 갓 태어난 아이를 소중히 품고 온 사람 등 온갖 동네에서 온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 기꺼이 줄을 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축제에선 장관스님을 역임했던 유명한 고승이 관정의 주체자다. 부탄의 14개 지성의 사리를 모아 감싸고, 이 보석에 불교적 힘을 불어넣어 만들었다는 질랍을 머리에 대어 준다.
축제를 찾은 이들은 맨바닥도 가리지 않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대고 절을 한다. 부탄 전통의상의 단조로운 무늬와 예상 가능한 색상들이 사방 군데에서 반복적으로 움츠렸다 펴지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스님은 방문객들이 지나가는 오른 방향으로 아예 몸을 틀었다. 머리를 낮추는 사람들, 톡 하고 떨어지는 질랍. 반복되는 행위는 기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건조하다 생각했건만 오히려 감정은 폭삭 젖었다. 셀 수 없는 염원들이 사원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스피커에서 울리는 진언은 자꾸 빈 공간으로 마음을 데려다 놓으니 방문자의 본분을 자꾸 잊어버림은 물론이었다.
부탄은 각 지역마다 종(Dzong)을 두고 있다. 지역의 행정부이자 법원이고, 사원이며 과거에는 요새로 사용됐다. 공무원과 스님이 공존하고 있는 정치와 종교의 복합체인 것이다. 그중 부탄 수도에 있는 따쉬최종(Tashichho Dzong)은 정부청사의 역할도 같이 하는 부탄 내 최대 규모의 종으로 꼽힌다.
2008년 이전에는 궁궐로 사용됐으나, 이후로는 국왕의 집무실이 있는 정부청사 및 사원으로 용도가 변했다. 왕권의 권력 집중을 우려했던 4대 왕이 과감히 입헌군주제를 도입하면서부터 일어난 변화다. 4대 왕은 전국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입헌군주제를 설득했고, 이를 통해 2008년 총리가 선출됐다. 국왕은 궁궐의 거처를 없애고 집무실만 남긴 채 시골로 이사했다고. 국가 체제의 변화가 위에서 아래로 진행된 셈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하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권력의 중심이었던 왕이 힘의 분배를 제안하는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얼핏 실마리가 보였다. 표내지 않던 데첸포당의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부터 국왕 스스로에 의한 입헌군주제 도입까지, 이 땅에는 물질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행복하고, 당신도 그럴 거야
부탄의 수도인 팀푸는 산맥이 만들어 낸 계곡 사이에 자리했다. 수도라 하기엔 소박한 규모지만 없는 것은 고층 빌딩뿐, 축구장도 슈퍼도 클럽도 있을 것은 다 있다. 요즘은 자동차가 많이 들어와 교통 체증까지 생기고 있다 하니 도시의 악덕도 보유했다 하겠다. 그러나 바깥 세계의 흐름과는 다르다. 전통 양식에 근거해 건축을 해야 한다는 부탄법에 따라 시내의 풍경은 더없이 부탄스럽다. 외벽을 꾸미는 데 여전히 신화 속 동물을 그려 넣고, 높다는 건물도 최대 6층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삶도 다르지 않다.
열에 아홉은 전통복장을 입고 있으니, 차라리 민속촌이라 했더라면 팀푸의 풍경이 더 쉽게 이해됐을지 모른다. 무릎까지 오는 통 넓은 겉옷을 입고 허리춤을 고정한 남자의 전통 옷 고(Gho), 원통형 치마와 앞섶이 투박한 웃옷을 같이 입는 여자의 전통 옷 키라(Kira). 톤 낮은 묵직한 색의 전통복장은 시내의 풍경에 이질감 없이 녹아 들었다. 색 바랜 오래된 전통 건물 사이에 있으니, 사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이질감은 엉뚱한 데서 발견된다. 신발이다. 남자들은 앞코가 뾰족한 갈색 가죽구두를 반짝반짝 닦아서 신고, 여자들도 긴 치마 밑으로 굽 높은 뾰족구두를 신고 다닌다. 이 동네의 멋쟁이를 가리려면 구두부터 살펴보시라.
부탄 사람들은 모두 유기농 농산물을 먹고 산다. 부탄 국토 안에서는 모든 작물을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덕분이다. 주식으로 먹는 아스파라거스와 고사리도, 쌀과 고추도 모두 유기농이다. 마른 풀 냄새 자욱한 팀푸의 농수산물 시장에서는 전국의 농산물이 한데 모여 거래된다.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고지대의 척박함은 의외로 먹거리에서 나타났다. 찬찬히 훑어보면 거래되는 품목의 개수는 그리 많지 않다. 주식으로 먹는 농산물이나 계절 채소가 대부분이다.
시장 1층 전체는 모두 부탄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만 팔고, 2층에서는 주변 국가에서 수입해 온 농산물을 판다. 유기농에 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매기기 때문에 수입품이지만 가격이 더 저렴하다. 농수산물 시장 건너편의 작은 양계장에서는 생생한 날계란이 바로바로 포장되고 있다. 사람들은 두 손 바리바리 장을 보고도 계란을 한 판 들고서야 시장을 떠난다.
▶ACCOMMODATION
타라 펜델링 호텔(Tara Phendeyling Hotel)
팀푸에 자리한 3성급 호텔. 부탄의 전통 건물의 외관 그대로며, 체리색 목재를 사용해 무게감을 더했다. 단촐하지만 부족함 없는 살림이다. 도로를 마주하고 있어 약간의 소음이 있고, 밤이면 들개들이 짖는 소리도 들린다. 그럼에도 워낙 조용한 것이 부탄이니, 부담스럽지 않게 여행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겐 아쉬울 것 없다.
주소: Olakha, Bhutan
홈페이지: www.taraphendeyling.com
전화: +975 1712 7752
타마 린카(Terma Linca)
팀푸 외곽, 시내와 30분 이상 떨어진 곳에 자리한 4성급 호텔이다. 팀푸를 흘러가는 왕추(Wangchu River)를 바로 마주보고 있어, 객실에서도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부탄의 전통을 고급스럽게 해석한 다양한 오브제들로 채워져 있다. 스파는 물론이고 부탄 전통식 핫 스톤 바스도 제공한다.
왕디 Wangdue
언덕에서는 촛불 화재로 전소돼, 현재 재건 중이라는 왕디종(Wangdue Dzong)이 내려다 보였다. 시골마을의 비포장도로를 달려본 것이 언제더라.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게 됐을 땐, 없어진 것들에 대하여, 혹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태어나고야 말았다는 소식
군데군데 깊은 웅덩이가 파인 흙길을 자동차가 뒤뚱뒤뚱 올라간다. 여럿 애를 먹였으리라 충분히 짐작 가는 길이다. 왕디 르위사(Rubesh) 마을에 위치한 녜젤강라캉(Nyezergang Lhakhang)을 찾아가는 길이다. 작은 중소 도시의 외곽, 도로도 깔리지 않은 길 끝에 자리한 이 사원은 비밀스럽다. 녜젤강라캉이 보여 주는 부탄의 대표적인 불교 종파, 금강승은 극적이다.
불교 종파 중 하나인 금강승은 티벳에서 전해 온 티벳밀교다. ‘비밀의 가르침’이란 말 뜻 그대로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로 말로 전해지며, 수행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비밀리에 진행된다. 문자로 쓰인 경전 없이 구전된다는 것인데, 곧 유실의 위험도 높다. 부탄에 밀교를 들여온 파드마삼바바(Padmasambhava)는 이를 우려해 경전을 만들어 히말라야 곳곳에 숨겨 놓았단다. 녜젤강은 파드마삼바바가 숨겨놓은 경전이 발견된 곳으로, 경전을 찾은 울링빠 스님이 13세기에 설립했다. 샵뚱 나왕 남갤에 의해 부탄이 설립된 것이 16세기이니, 부탄이 있기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신성한 사원임이 분명하다. 부탄의 67대 제켄포(Je Khenpo), 국사스님인 나왕 스님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무릇 부탄의 국사스님은 수행력이 가장 높은 스님에게 주어지는 것이니 녜젤강의 덕과 공도 높다고 평가할 수밖에. 실제로 제켄포의 배출 이후 녜젤강의 명성이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그러나 첫 말미에서 극적이라 표현했던 것은 이런 이야기 때문이 아니다. ‘꾸둥’과 ‘환생’ 때문이다. 꾸둥은 입적한 스님의 작아진 몸을 표현하는 단어다. 수행을 많이 한 스님은 입적과 함께 신체의 기운이 빠져나가면서 ‘쟁반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작아진단다. 67대 제켄포인 나왕 스님은 19년의 임기를 마치고 녜젤강으로 돌아와 바로 입적했고, 스님의 몸은 꾸둥이 되었단다. 가장 의심스러운 건 쟁반의 크기다. 큰 쟁반일 수도 있잖는가. 물론 작은 쟁반이 맞다. 나왕 스님의 꾸둥은 허리 높이의 작은 탑 안에 모셔져 있고, 탑은 한눈에 척 보아도 한 아름으로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눈앞에 두고도 믿기 어려웠다. 스님의 입적과 관련한 몇 가지 이적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지만 사실 확인이 어려우니 ‘믿거나 말거나’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꾸둥은 눈앞에 있었다.
여기에 환생까지 더해졌다. 나왕 스님은 7년 전에 환생했고, 부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단 것이다. 샵뚱 나왕 남갤의 환생에 이어 두 번째로 듣는 환생 이야기다. 미신과 비과학의 망령을 쫓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던 지난날이 또다시 소환됐다. 환생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진지함이 얼마나 놀라웠을지 상상해 보라. 그렇다고 귀가 두꺼운 것은 아니어서 자연스레 설득되는 것을 피할 수도 없었다. 부탄 사람들이 환생을 확인하는 방법은 나름의 과학적인 검증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지인들을 알아보는지, 물건을 기억하는지 등 테스트를 거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맞는 것이겠지. 가타부타 평가해서도 안 될 일이었다.
녜젤강라캉이 있는 르위사 마을도 남다르다. 총 3,000여명의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집에서 수행하는 재가수행자다. 결혼도 하고 직업도 갖는 등 일반인처럼 생활하지만 스님처럼 수행하고 경전을 공부한다. 금강승의 교리에 맞춰 은밀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수행을 통과한 일부 주민들은 스님과 똑같은 지위를 얻게 되기도 한다고. 덕분에 르위사 마을에서는 자주 이적이 나타난다. 매년 3월 종교 축제인 돔첸 축제를 할 때는 쌍무지개가 뜨거나 하늘에서 쌀가루가 떨어지기도 한단다.
돌아와 녜젤강을 떠올릴 땐 음소거를 누른 것 같다. 동자승들이 배시시 웃거나 소곤소곤 떠드는 소리를 들었는데도 소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모든 장면이 꿈이었던양 고요하다. 실은 녜젤강에 압도당해서였는지 모를 일이다. 동그랗게 작아졌다는 스님의 몸, 다시 태어나고야 말았다는 윤회의 굴레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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