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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야 행복해진다

코리아트레일 2007. 5. 13. 22:13
걷는 순간 `죽음의 4중주`가 멈추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걸어서 행복하다! 뱃살 빼는 최고의 처방약
정민호(러너스클럽 무교점 대표(左)), 신선희(무용강사(宇))
'걸어야 행복해진다!'. 걷기는 모든 의사가 권하는 돈 안 드는 운동처방이다. 걷는 것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건강을 꼬박꼬박 저축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발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발에는 무수한 혈관이 있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피를 펌핑해 위로 올려보낸다. 혈액을 순환시키는 모터가 양쪽 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혈류의 흐름은 전신 건강의 지표. 각 기관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할 뿐 아니라 혈관을 청소해 탄성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걷기가 '죽음의 4중주'를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사중주는 내장 지방, 고지혈증, 당뇨 전 단계인 내당능 장애, 그리고 고혈압이다. 이들 4인방의 협주가 혈관을 막아 사망률 1위인 뇌졸중.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뿌리는 뱃살이다. 내장에 낀 지방이 4중주의 지휘자인 셈이다.

걷기는 천천히 걸어도 1시간에 120㎉, 빨리 걸으면 300㎉까지 열량을 태운다. 죽음의 자객인 뱃살을 빼는 데 이보다 좋은 처방약은 없다.

걷기는 인체 골격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우주공간에 오래 머물렀던 우주비행사들에게 건강의 최대 적은 골다공증이다. 무중력 상태가 뼈 세포의 생성을 막아 뼈를 바람 든 무처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지구에 귀환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운동이 걷기다. 이른바 압전(壓電)효과. 몸무게를 이용한 뼈 강화 훈련이다.

걷기가 골격을 붙들고 있는 근육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할머니의 걸음걸이를 보면 안다. 보폭이 짧고, 작은 돌부리에도 쉽게 넘어진다. 하체의 근육이 퇴화해 뇌가 위험을 인지해도 순발력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걷기를 하면 근육이 유지될 뿐 아니라 만들어지기도 한다. 근력(근육)은 자극을 주면 향상하고, 방치하면 금세 위축한다. 지팡이를 짚어야 거동할 수 있는 90대 노인에게 두 달간 걷기 운동을 시켰더니 근력이 70%, 걷는 속도는 50% 빨라졌다는 미국의 연구논문도 있다. 우리 몸의 장기에서 근육만큼은 세월을 거스른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다리가 잘 붓는 사람에게도 걷기가 특효약이다. 부종은 정맥이나 림프관에 체액이 정체되는 현상. 따라서 걸으면서 근육이 혈관과 림프관을 꽉꽉 짜줘 체액의 흐름이 좋아지면 부종이 개선된다.

걷기가 달리기보다 좋은 것은 운동 손상이 적기 때문. 해부학적으로 보면 걷는 것은 발을 구성하는 26개의 뼈와 114개의 인대, 20개의 미세한 근육, 그리고 힘줄과 신경이 만들어내는 정교한 합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런 발을 '공학의 최대 걸작'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달린다는 것은 다리엔 '고문'이다. 착지하는 순간 한쪽 발에 실리는 무게는 체중의 2.3~2.8배에 달한다. 1㎞를 달릴 때 발이 받는 하중은 무려 16t. 아킬레스건염.족저근막염이 생기는 것은 물론 발바닥의 아치가 무너지거나 무릎에 퇴행성관절이 일찍 생길 수도 있다.

뱃살을 줄이는 데도 빠르게 달리기보다 걷기가 유효하다. 문제는 지방과 탄수화물 소모 비율이 다르다는 것. 예컨대 달리기를 하면 지방보다 탄수화물 소모량이 많지만 걷게 되면 지방을 에너지로 더 많이 활용한다.
7년간 걸어서 출퇴근한 52세의 건강수치입니다 [중앙일보]
키 175cm 몸무게 64kg 혈압 110/70㎜Hg
서울대 의대 유태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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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운동을 생활화하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최선의 운동법입니다. 아무리 일정이 빡빡한 날도 잠자리에 들 땐 '에너지의 10%는 남아 있다' 싶어요. 바로 출퇴근 걷기 덕분이죠."

2000년부터 7년간 매일 출퇴근길 걷기를 실천한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유태우(52.사진) 교수는 집을 나서면서 걷기 예찬론을 편다.

오전 5시30분, 기자는 유 교수의 자택인 서울 돈암동 한신아파트를 함께 나섰다. 그는 모자와 간편한 캐주얼 복장에 와이셔츠, 속옷, 500㎖ 생수 한 병을 넣은 배낭을 어깨에 걸친 상태다. 즐거운 출근길을 위해 한신아파트~삼선교~한성대~낙산~동숭동 교회~대학로~서울대병원에 이르는 원거리를 출근 코스로 택했다. 본인은 40분이 걸린다고 하는데 보통 사람에겐 1시간은 족히 필요한 거리다.

유 교수가 운동을 삶의 일부로 만든 것은 10년 전, 수영을 시작하면서다. 그는 "운동을 시작한 지 2주가 지나면서 몸이 개운해지고 석 달 후면 온몸에 에너지가 충만해졌어요"라며 운동 효과를 설명한다. 2년쯤 수영을 즐기다 보니 문득 '시간 낭비 없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단다. "수영장까지 오가는 시간, 수영 전후 준비 시간이 아까워 생각 끝에 수영 대신 출퇴근 자전거 타기로 운동 종목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도 오래가진 못했다. 2000년 봄, 신나게 대학로를 달리다 그만 넘어졌는데 바로 그때, 옆으로 '쌩'하며 자동차가 지나가는 아찔한 경험을 한 탓이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라며 고개를 젓는다.

그날로 자전거 타기를 접었다. 그리고 안전하고 생활화하기 쉬운 출퇴근 걷기를 하면서 '걷기 전도사' 가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병원엔 늘 양복 한 벌이 비치돼 있다. 설명이 여기에 이르자 낙산이 눈에 보였다. 잠시 쉬는 틈을 타 그는 "이른 새벽, 운동복 차림으로 걷다 보니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은 적도 몇 번 있었지요"라고 털어놓는다. 잠시 후 낙산을 내려가다 보니 병원이 보인다. 그는 "오늘은 기자와 동행하느라 천천히 걸어 땀이 안 나요. 시간이 20분 더 걸렸네"라며 웃는다.

걷기가 삶의 일부인 그는 52세지만 20대 청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175㎝ 키에 64㎏, 체질량지수(BMI) 21로 20대 초반의 체격이다. 건강지표도 혈압 110/70㎜Hg, 맥박 1분에 65회, 공복 시 혈당 87㎎/㎗(100㎎/㎗ 이하가 정상), 콜레스테롤 176㎎/㎗ 등 20대 청년 부럽지 않은 수치다.

걷기 전도사지만 유 교수는 무작정 걷기를 주장하진 않는다. "비만하거나 35세를 넘긴 사람이 곧바로 마냥 걷다간 무릎 관절이 상하기 쉬워요. 매일 걷기는 평지 걷기와 체중이 실리지 않는 수영.자전거 등을 번갈아 가며 석 달간 실천한 뒤 시작하는 게 좋아요"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