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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규칙 같은 건 없다. 대신 자기 조절이 필요하다. 얼마나 걸을지 알아서 판단해서 적당한 곳에 있는 알베르게에 머물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몸이 좋다고 무리해서 걷는 것도 경계해야 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계획세운대로만 하겠다고 무리하게 몸을 놀리는 것도 위험하다. 이 길은 하루에 끝나는 것도 아니거니와 산티아고에 간 뒤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알고 배려하는 것이다." 언뜻 평범한 이 부분을 읽다가 멈추어 섰다. 나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앞서가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곁눈질하고 부러워하면서 조바심을 낸 나머지 지나친 욕심을 종종 부리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에. 나는 나의 삶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가? 우리 삶이 그런 것처럼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정해둔 규칙이 없다. 다만 걸을 뿐이다. 산티아고 성당을 향하여!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누구의 발걸음도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끝까지 걸어가는 것도 중간에 포기하고 주저앉는 것도 자기 몫일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다른 사람이 가는 길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는가! 산티아고 가는 길에 삶이 있다
저자가 배운 외국어는 프랑스어가 전부. 그마저도 가물가물 하단다. 그야말로 가장 절박한 만국 공통어인 보디랭귀지만 믿고 떠난 여행이다.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들의 언어로 함께 걸어가는 그 길, 산티아고 순례자의 800km가 아름답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저자에게 외국여행은 처음인 아마추어인지라 여행에서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준비물까지 빠뜨리고 만다. 도시에서 걸어 보았자 얼마나 걸었을까. 그 걸로는 턱도 없지. 그러니 한 달로 안 되는 빠듯한 일정으로 800km를 걸으려면 다리에 물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잖아? 그런데 저자는 비상약품은커녕 작은 손전등하나도 준비하지 않아 여러 사람이 곤한 잠을 자고 있는 '알베르게(여행자들의 숙소)'에서 라이터 불에 의지하여 한밤중의 급한 볼일을 보거나 동트기 전 어두컴컴한 미명 속에 짐을 싸서 알베르게를 나서기도 한다. 그래서 무모하고 불편해 보이는 여행이다. 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와 가치관이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이른바 드림팀을 만들만큼 산티아고 가는 길이 감동스럽게 펼쳐진다. 매일 걸아야만 하는 30km에 달하는 여정을 동행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그들은 그렇게 걷고 있다. 단지 몇 시간, 단지 몇 마디를 나누었을 뿐인 그들이 같은 길을 함께 간다는 이유만으로 끈끈한 관계가 되고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감동이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펼쳐진다. 그래서 산티아고 가는 길은 아름답다. 애초부터 아름다웠던 길은 아니었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진 길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예수의 제자 야곱이 복음을 전파하러 가던 길이 순례자의 길, 즉 산티아고 가는 길이 되었단다. 저자는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과 함께 산티아고 가는 길의 여정에서 인생의 참뜻과 인간이 인간에게 제일 아름다울 수 있는 인간애를 배우고 있다. 저자는 그 감동을 22편의 에세이로 전하고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여행 에세이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의 풍경보다 그 길을 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들의 마음과 배려, 아름다움. 그렇게 만나는 세상(삶).
산티아고, 고마워, 다시 올 때까지 무사하게 있어라!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나를 위하여,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이미 걸었던 사람들과 앞으로 걸을 사람들을 위하여. 부엔 카미노! 웃으며 돌아섰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끝났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많으니까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신발 끈을 고치고 다시 걷는다. 무모한 여행은 계속되는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 맺는 글 <오마이뉴스>에 서평을 함께 쓰면서 동지애 같은 것을 느끼고 있던 터라, 저자의 스페인여행 소식은 한마디도 부러움뿐이었다. 여행지가 외국이라는 것이나 한 달 가까운 날들이라는 것은 둘째고 잠시 일상을 접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그런데 왜 하필 산티아고야? 아마존이나 아프리카도 좋지 않을까? 아님 쿠바?...그런데 대체 사람들은 왜 산티아고에 가고 싶어 하는 걸까?' 이런 궁금증과 함께 스페인어를 모르고 영어도 그다지 신통치 않은 실력으로 보디랭귀지만 믿고 떠나는 무모한 젊음이라니. '모든 것이 부럽다!' 솔직히 그랬다. 한 달? 이젠 돌아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저자의 여행기가 <오마이뉴스>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생생한 여행기를 읽으며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에 날아든 기념품 <산티아고 가는 길>이었다. 책을 모두 읽고나자,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느꼈던 그 부러움은 더 커졌고 산티아고 가는 길은 나의 꿈이 되기도 했다. 문학 속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을 더러 만났지만 단 한 번도 꿈꾼 적 없는 산티아고였는데 말이다. 몇 년 후, 내 아이들과 꼭 함께 가고 싶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우리들이 가야 할 세상과 삶이 그대로 압축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아름다움을 더 많이 나누려면 영어를 더 배워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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