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일 동안 900㎞ 걸은 여행가 김효선 [중앙일보]
`니체도 위대한 사상은 걷기에서 나온다 했죠”
최근 출간된 여행서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바람구두)의 저자 김효선(52·사진)씨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 김씨의 걷기 여행 예찬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마침 공원 안에는 걷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공원을 거니는 이들의 모습이 ‘걷기 전도사’인 김씨의 성에는 차지 않은 듯했다. “언제까지 집 주위를 뱅뱅 도는 것에서 만족해야 하는가. 집 주변 공원 산책은 걷기의 1단계일 뿐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해 5∼6월 50여일 동안 스페인 북부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 가는 길이란 뜻)’를 걷고 또 걸었다. 꼬박 900㎞였다. 그 걷기 여행을 통해 자신감과 젊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업을 하면서, 한 사람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30여년.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건망증이 불거지면서 그는 걷기 여행에 빠져들었고, 지금은 50대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에너지가 넘친다.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금세 친구가 됐어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재활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 걷는 스위스 소년, 82세의 스웨덴 첼리스트, 묵언수행 중인 중국 승려, ‘죽음을 집에서 기다리지 않겠다’며 나선 사라예보 할머니들 등등….” 여행지에서 김씨는 ‘물집 전문가’로 통하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바늘과 실을 이용해 물집을 가라앉히는 비법이 세계인에게 통한 것이다. 김씨는 “우리나라에도 장거리 걷기 여행 코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만의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잡은 여행코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엔 걷기 위한 인프라가 탄탄해요. 군데군데 피곤한 여행객들을 반기는 저렴한 숙소 ‘알베르게’가 있고, 배낭이 무거워 힘들 땐 배낭만 그날 묵을 알베르게까지 택배로 보낼 수도 있어요. 또 발에 물집이 심하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할 때는 하루쯤 택시로 이동할 수도 있죠.” 그는 “특히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할 일이 없는 중장년층에게 장거리 걷기 여행은 인생의 황금기를 되돌려 주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보약”이라며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코스를 개발할 수는 없나요”라는 희망을 내보였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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