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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홀로서기, 다시 혼자가 되다 - 당림리~덕두원리 임도

코리아트레일 2010. 3. 16. 12:51
볼륨Eric Anderson-Blue River 에릭 앤더슨의 기념비적인 명곡 - 느림 4 – 여유와 휴식을 위한 음악 - V음악을 들으려면원본보기를 클릭해주세요.

고등학교, 대학교 때 조동진이라는 가수를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1980년에 나온 그의 2집 중에서 , "그"라는 노래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테이프가 닳을 정도로 듣고 듣고 또 들었었지요..

가사가 참 좋습니다. 그의 노래 대부분이 그렇지만...

저도 "그"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를 닮으려 노력했지요.

지금 제 모습을 보면....

 

     그는 언제나 웃고 있지만, 웃고 있지만.

     저문 하늘 바라보는 그의 깊은 눈빛 속에.

     소리없는 슬픔이, 소리없는 슬픔이.

 

     그는 언제나 말이, 말이 없지만.

     바람속을 달려가는 그의 열린 가슴으로.

     끝이 없는 외로움이, 끝이 없는 외로움이.

 

     그가 숲속에 있을 땐, 그는 나무 한 그루.

     그가 물가에 앉으면, 그는 작은 돌 하나.

     그가 산길을 걸으면, 나비처럼 가볍게.

     그가 노래를 부르면, 흐르는 강물소리.

    

     그는 언제나 주고, 주고 있지만.

     그는 항상 즐거웁고, 그는 항상 자유로워.

     그는 날으는 새, 그는 날으는 새.

 

     그는 언제나 멀리, 멀리 있지만.

     그는 환한 불빛처럼, 그는 벌써 내 그림자.

     그는 내 친구, 그는 내 친구.

 

 

2010년 3월 14일 일요일.

청량리역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연 이틀 강행군입니다.

어제 대전에서, 오늘은 다시 강촌, 춘천으로...

 

아침 7시 35분 집합. 

 

열차에 오릅니다.

경춘선을 타본 지가 언제였나? 

 

의외로 빈 자리가 많았습니다.

아침 7시 50분.  열차는 떠났습니다.

 

청량리~성북~퇴계원~금곡~평내호평~마석~대성리~청평~가평~경강~강촌.

소요시간 1시간 28분, 요금은 일반실 성인 4,700원(평일엔 4,500원).

아침 9시 30분. 드디어 강촌역에 도착. 

저 다리밑에서 M.T를 했던 기억이...

 

강촌역 앞에서 스카이님을 비롯한 4명은 택시를 타고, 나머진 운 좋게 식당 봉고차를 타고 출발지인 당림리

예현병원 앞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의 주최자이신 스카이님의 간단한 인사와 코스 소개...

오늘 참가자는 스카이님, 인어공주에리얼님, 손성일님, 카이트님, 코지님, 신라김님, 정진님, 조안나님, 소요유님,

토르님, 가을바람님, 호크아이... 이렇게 총 12명입니다.

 

드디어 시작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임도 길입니다. 

휘적휘적, 그렇게 마냥 휘돌아 가는 길입니다.

 

끝도 없이 그렇게 이어집니다. 

 

오늘은 선두에 섰습니다. 

 

오늘은 답사도보이니, 후일 오실 분들을  위해 길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갑자기 겨울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다가 뽀송뽀송한 봄이... 

 

모퉁일 돌고 돌아... 

 

 

갈림길입니다. 왼쪽으로 갑니다.

임도의 특징 중 하나는 웬만해선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것입니다. 

 

 

눈을 어딘가에 빼앗기지 않으니, 조용히 사색하며 걸어도 좋고... 

여럿이 얘기하며 걸어도 좋은...

 

이런 길이 우리에겐 딱이지 싶습니다. 

양지바른 곳...

 

여긴 음지..

 

 

산짐승 외엔 아무도 밟지 않은 길... 

 

 

선두에 서니 이런 사진도 가능..ㅎㅎ. 

 

드디어 봄입니다.

봄이 이렇게 왔습니다. 

 

 

엥, 아닌가... 

 

 

길, 참 좋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다시 후미에 섰습니다. 

 

토르님 왈, "호크아이님~ 잘 걷는 건 아는데, 너무 빨라요..."

그 비아냥거림에 소심하게 다시 후미로...

 

그래서, 아예 후미에서도 한참 떨어져 걸었습니다. 

 

혼자 걷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똑같은 길이 이렇게 계속 이어집니다. 

 

이 같은 길이 반복되니, 자칫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술에 취한 듯, 여린 봄 기운에 취한 듯... 

 

 

 

다시 겨울이 오고... 

 

 

다시 또 봄이 오고... 

 

 

 

뒤로 걷진 않았습니다. 

 

헌데,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안보면, 당연히 멀어지겠죠.. 

 

 

 

오후 12시 10분.

드디어 맛있는 점심식사 시간... 

 

 

 

우와~ 인어공주에리얼님의 정성, 그 맛.. 

어제, 큰소리를 치더니 새벽 2시까지 음식준비를 하셨답니다...

모두 그 정성에 감동...

토르님 또한 맛있는 음식을 싸 오셨다. 사진엔 없넹...

어쨌든,토르님과 인어공주에리얼님께 고마움의 박수를...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아 버린 것입니다

 

옆으로 살살, 조심조심 통과... 

 

 

 

등산로 갈림길입니다.

오른쪽으로 7km를 가면 삼악산 정상이... 

 

왼쪽으로 가면, 계관산 2.4km... 

우린 아닙니다.

그저 계속 임도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여긴 겨울.. 

 

여긴 봄입니다. 

 

 

오후 1시  30분쯤..

산불감시탑.

 

 

국립 채종원입니다. 

유전적으로 우수한 나무들로 숲을 가꿔 우수한 종자를 대량으로 생산, 채취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관리하는 곳

이랍니다.

 

 

 

 

 

 

 

흘러갑니다. 꿈결처럼...

 

자꾸 눈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모퉁일 돌아도 없을 겁니다. 

 

그렇게 아주 멀리 떨어져 혼자 걸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혼자 걸어본 지가 언제인가? 

 

 

 

오후 2시 32분..

이 길로 가면 연장구간 약 10.8km를 더 걷는 겁니다. 


 

남아 있는 간식을 꺼내어 마저 먹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걸으니, 여유있게 사진 찍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혼자 길에 버려진 것 같은... 

 

가슴 한 구석이 자꾸 먹먹해집니다. 

 

 

 

 

 

 

 

그렇게 홀로서기를 연습했습니다. 

 

 

 

 

아무도 없던 길에... 

 

 

아름다운 도보여행이 나타납니다. 

 

 

 

카이트님의 레이다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자주, 자꾸 목이 메어옵니다. 

 

 

언제부턴가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길을 걷기 위해 길에 나섰다가 매번 사람만 보고 갔습니다.

사람때문에 길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오후 3시 35분,,

여기서 우리의 공식적인 여정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차를 불러놓고 그냥 기다리느니 조금 더 걸어 20km를 채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이 봉고를 만났습니다.

식당에서 우릴 데리러 온 것입니다. 

 

바로 이 식당입니다.

여기서  뒷풀이를 했습니다.

 

도보수첩에 싸인을 해 주시는 오늘의 주최자 스카이님...

 

 

실컷 먹고, 마시며 놀다가 식당 봉고차를 이용..

강촌역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7시 20분..

 

7시 48분 열차를 타고 서울청량리역에 9시 25분 도착..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상처는 내가 거두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도 내 가슴에 가두어야 합니다.

그리곤,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합니다.

 

사람은 아프지만, 길은 아프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아프게 하지만, 길은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습니다.

행여 나로 인해 마음을 다쳤거나, 아팠다면 모두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
글쓴이 : 호크아이(이주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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